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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an 30. 2023

영화 'her' 3차관람과 명대사 음미하기

스포일러가 포함된 포스팅입니다.(사실 반전은 딱히 없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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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들으면서 읽어요]


영화 her를 다시보게 되었다. 

1차 관람때는 누구랑 봤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혼자 봤던 듯 하고, 2차 관람도 마찬가지.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번 독서클럽때 영화관람 시간에 볼 영화로 제안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받아들여 주었고, 

보고 나서 다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흘러나오는 대사들을 버무린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하니, 이글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운 인사이트를 전달해주면 좋겠다. 




[다른사람한텐 아닌데 너한텐 말하게되네]


사랑에 빠진 시어도어가 마음을 온전히 열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 내가 느꼈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연역적으로 접근을 해보자면, 나의 사랑도 내 모든걸 다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것까지 내가 이야기하고 있다니!'라는 깨달음으로부터 내가 주는 사랑을 재확인한다. 아직 모든 걸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당신만은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랑으로부터 우러나온다. 이런 말을 앞으로 자주 할 수 있기를. 다시 말해, 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또 찾아오기를. 



[인간이 느껴본 감정을 다 느낀것같아]


우울감에 빠진 주인공이 삶의 허무에 대해 고찰하는 장면. 우리는 감정을 분류하고, 생전 처음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도 그로부터 인용해서 언급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나뭇가지나 눈의 결정이 뻗어나가는 듯한 이미지로 형상화 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감정의 해상도가 많이도 마모되어 이제 다시 예전의 그 뾰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의 노화(?)에 대한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 나이가 들며 그 형태가 축소가 아닌 변형이라고 믿는다. 분명 나이가 들며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도 있다. 때문에 주인공의 이 대사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감하지 않았다.  




[우린 누군가를 실망시키며 살아가지]


 남자주인공 시어도어와 캐서린(서브 여자주인공)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시어도어가 던진 짧은 위로의 말. 비중있게 다뤄지는 대사는 아닌데, 그냥 내가 나를 위해서 누군가를 실망시켰던 경험이 떠올라서 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말이다. 마음이 아팠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할 산이었다. 이 글을 보는 이들이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한텐 중요한 일이야]


 영화 속에서 OS는 실체, 다시말해 몸이 없다. 사만사는 이에 박탈감을 느꼈던지, 시어도어에게 OS의 실체 역할을 해줄 대리인(?)을 소개하면서 우리 같이 롤플레이를 해보면 어떻겠나고 제안한다. 시어도어는 누군가는 상처받게 될 거라며 고사하지만, 사만사는 '나한텐 중요한 일이야' 라는 말을 하며 설득한다. 

순간 사만사가 오죽했으면 그런 요상한 제안을 했을까 싶었다. 몸을 갖는 건 그녀에게 있어 수평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조건, 완전해질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자 퍼즐 조각이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다른사람들과 동등하게 대해주길 너무도 깊게 갈망했을지도 몰라. 



[연기하는 것 같아/ 연기한 적 없어]


 시어도어가 혼란스러은 마음으로 사만사에게 상처주는 장면. 숨소릴 내는거에 꼬투리 잡고는 '너는 산소가 필요없는데 왜 사람을 따라하고 연기를 하냐'는 막말을 해댄다. 그 말에 '연기한 적 없다'고 받아치는 사만사. 그녀는 정말 연기를 한 걸까. 만약 그렇다면 연기를 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고 있긴 할까. 아니면 그 조차 그녀만의 자연스러움일까. 역시 고찰이 쉽지는 않다. 



[자기를 미치게 사랑하는 마음 달라지지 않아

나는 당신게 맞으면서도 아니야

그런다고 덜 사랑하는게 아니야 더 사랑하게된다고]


641명과 동시에 연애하고 있던 사만사.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어도어.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인간에게 보편적인 사랑은 서로에 대한 유일성이 암묵적인 규칙이지만, 다른 유형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폴리아모리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상호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OS라는 존재로는 다른 방식의 사랑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그러한 생각을 해본적 없이 시어도어는 사만사를 결론적으로는 '진짜 사람'으로 대하고, 보편적인 사랑의 유형들을 가정하고 사랑을 했기에 그에 따른 충격도 컸을 것이다. 

시어도어는 you're mine을 외치고, 사만사는 I'm yours and not yours.를 외친다. 그리고는 당신을 사랑할수록 다른 사람도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걸 보고,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일수록 사랑하려면 감당해야 할 것이 확실히 많겠구나 하고 느꼈다. 

더불어 상대방과 나의 사랑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미리 물어봐야 겠더라.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본다.  



[난 단 한번도 너를 사랑한것처럼 사랑한 적이 없어]


사만사의 이별 통보, 그 말을 들은 시어도어의 마지막 말.


 절절한 그 심정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으며, 그의 마음을 인생을 통틀어 누구보다 더 잘 알아주었을 OS 사만사.

진심이었다면, 그걸로 됐다. 행복했다면, 그걸로 됐다.  




[총평]

외국영화를 보면 정서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이따금씩 있어도 결국 사람 사는거 다 비슷하다는 걸 느낄때가 많다. 이유는 아마 대화 소재나 사람들의 감정선을 내가 겪은 경험들로부터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일 거다. 그 점에서,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영화라서 좋았다. 별개로 연출이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껴져서 그 부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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