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Fiction.
너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말 뜬금없이, 이따금씩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해 찾으러 나서는 여자 주인공 지우.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훗날 그렁그렁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인연. 어린 시절 키워주셨던 할머니를 잊지 않고 재회해 벌게진 목으로 뜨거운 눈물을 보이는 TV 프로그램 속 한 방송인.
이런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미디어나 콘텐츠에서 나오는 진부한 표현처럼, "바쁜 일상에 치여" 정말 찾아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내 삶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임은 확실합니다. 우리네 삶이란 의미를 채워 나가는 여정이니까요.
눈부시고 찬란한 기억은 아니에요.
하지만 보고 싶어요.
어쩌면 어린 시절 이별한 부모님을 떠올리는 자식의 감정 같은 걸까요?
껌을 꺼내서 씹듯 한 조각의 기억을 물어봅니다.
소리치는 그 사람의 눈썹과 물구나무 선 입꼬리,
이따금씩 악몽이 내 방문을 두드렸죠.
저는 그 사람 앞에서 무릎울 꿇었습니다.
단 한마디, 단 한 숨이라도 괜찮았고,
난 답을 정해놓고 너의 입속에서 뿜어져 나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집착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묶어지지 않은 채 내버려 둬 진 그 매듭이, 마음의 창고에 방치된 그 매듭이, 언젠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날 보아뱀처럼 내 발목을 조여올 듯한 불안한 상상이 밀려왔달까요.
보고 싶어요.
매듭을 완성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말이 난 진심이라고 믿고 있어요.
온전한 진심 같은 건 세상에 없죠. 외부의 영향을 얼마나 받느냐의 차이일 거예요.
어쨌건,
그 하루하루 벅차오르던 날들에,
내가 나를 조금도 멀리서 볼 수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더랬다, 이렇게 갈무리하렵니다.
사실은 말예요, 내 삶이 이렇게도 드라마틱했다는 것에 원망스러운 나날들이 더 많았죠.
허나, 피어나고 지는 그 원대하고 파리한 감정들이, 살과 뼈에 스미는 후회 섞인 고통들이, 지금 나에게 자산이 되어 여러분 앞에 가식 없는 고백으로 닿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 겪어보았기에, 저도 성스러운 토사물과 같았던, 흩날리고 휘갈겨졌던 그 백지 위의 흔적들이, 쪽빛 아름다움으로 점철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영혼에 흐르는 나른한 슬픔들을 여러분께 건네줄 수 있어, 그 사람에게 감사해야 겠습니다.
저는 보고 싶은 이 마음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 순간에도 웃음 지을 수 있습니다.
영원히 미결로 남을 결심을 하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처럼,
저도 그 사람을 영원히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도 함께 흩뿌려진 이 작품을 여러분께 선물해 드릴게요.
여러분도 혹시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고 있는가요.
그 기억과 마음은 삶에 다시없을 행운입니다.
2034.11.24
건너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