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사람의 바람
그림같은 서울 가을 하늘
한가운데 그 어드메에
사람이 들어가 앉았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머니
마음이라도 닿아 길 열고자
옛 사람들은 제단을 높이 쌓고
그 위에 가장 귀한 것을 살랐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중한 이들을 살렸다
사람의 바람이 하늘을 움직이면
비가 내려 논밭을 적시고
강물이 되어 바다로 길을 열었다
하늘을 움직인 사람들은
바다 너머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떠나갔다
열정이 배반받지 않는 세상,
누구나 일한만큼 존중받는 세상,
제 몸의 고됨만큼 남의 고됨도 아는 세상,
그래서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세상
그런 세상
동화책 속에 없고
사람의 바람 속에 있는 세상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고
철모르는 초겨울 칼바람 멋대로 넘실대니
불러도 대답 없는 하늘 대신
사십사년 전 제 몸 살라
저보다 더 어리고 약한 여공들 살린 한 노동자의 바람이
오늘 이 곳에 다시 불어
열정을 해고하고 고됨을 서열화하는 비정규직 구조조정과의
그 춥고 외로운 고공농성탑 위에
부디 용기와 희망의 길을 열어 주시오
<2014.11.13 노동열사 전태일 44주기에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강성덕, 임정균이 씨앤엠의 비정규직 109명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전광판에 오르던 다음 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