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 까만 화면에 번개표시만 깜빡

충전의 타이밍

by 뤼더가든

아이의 학습을 위해 사용했던 태블릿 pc.

약정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그 용도는 영상시청으로 전환되었다. 학습용으로 받은 기기였기에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사용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영상을 보던 도중 전원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일 생각이 없는 아이가 귀찮음을 핑계로 미루고 미룬 덕분이었다.

'하루종일 그것만 보더니 차라리 잘됐네.'

충전을 핑계로 아이에게 태블릿 pc를 압수했다. 전선을 연결하자 까만 화면에 번개 표시가 나타나는 것만 확인하고 휙 던져두었다.


"엄마, 이거 충전 안 했어?"

다음 날, 아이의 볼멘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전원버튼을 길게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밤새 꽂아놓았으니 충분히 충전되었을 거고 당연히 켜져야 맞았다.

"응? 분명 꽂았는데.. 안 꽂아졌었나? 이상하다?"

충전기를 다시 연결했더니 희미한 번개표시만 파르르 떨린 후 사라졌다.


증상 해결을 위해 검색창을 열었다.

'태블릿, 충전, 번개표시, 화면 깜빡임, 전원 먹통'

이런저런 조합으로 글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충전선과 어댑터를 확인해라.

속충전기가 오히려 안될 수도 있다 하길래 집에 있는 온갖 충전선과 어댑터를 모아서 테스트를 했다.


집안에 정체불명의 선들은 왜 그리 많은지. 옛날옛적 피처폰 충전기까지 있더라. 기억하는가? 길고 납작한 모양으로, 끼우면 딸깍, 뺄 때는 양 옆을 눌러서 빼야 하는, 세모 모양 불빛이 들어오는 그 충전기.


그 외에도,

충전선을 꽂았다 뽑았다 다시 꽂고 잽싸게 전원버튼을 눌러라, 보조배터리를 사용해 봐라 등등.

여러 조언들을 시도하고, 충전도 더 해보고.

결국 ‘전원 버튼 + 볼륨 내리기 버튼을 15초간 함께 누르라’는 조언을 시도해 본 끝에, 가까스로 전원이 켜졌다. 물론 몇 차례 반복 끝이었다. 답답함과 긴 시간의 씨름에 진땀을 흘렸다.

다행히 as센터까지 가지 않고 전원이 들어왔으나 메인보드의 문제면 이런 방법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드디어 해결쓰!!"

자축에 취해 있던 내 눈에 글이 하나 들어왔다. 완전히 방전되는 것이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의 배터리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꺼져버리기 전에 조금씩 충전을 했더라면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다.


비단 태블릿뿐이랴. 무기력과 소진감, 번아웃증후군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없이 참고 인내하다 결국 신체화 증상과 우울증 같이 나타나는 화병도 있다. 인간도 완전히 바닥이 나버리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밑바닥까지 보여줄 만큼 치고받고 하다 닳아버리면 다시 복원하기 어려워진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적당히 싸워야 한다.

전히 방전된 후에는 다시 켜기까지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어쩌면 그때 가서 이런저런 비법을 사용해 본들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방법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틈틈이 충전해 주는 수밖에.

무엇이든 타이밍이 중요한 법.

미리미리 해서 나쁠 건 없을 테니.

나는 자주 하고 있었던가. 나 자신도, 소중한 관계들도 건강히 유지될 수 있도록.

태블릿은 전기선을 꽂으면 되는데 나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 그것들을 고민해 본 적조차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단 저기 누워있는 몽실몽실한 쪼꼬미를 좀 끌어안고 생각해 봐야겠다.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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