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만 보다 놓친 단순한 답
"여보! 내 핸드폰 어디 갔어?", "엄마, 티브이가 안 켜져!", "여보!", "엄마~!"
무언가 안될 때도, 뭔가가 보이지 않을 때도,
눈을 들어 한번만 훑어보면 뻔히 앞에 보이는 것들이라도 일단 부르고 보는 거다.
"그만 좀 불러라. 닳아 없어지겠다."
구시렁거리면서도 이미 내 눈은 물건을 찾고 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SOS의 주인공은 단연 핸드폰과 리모컨.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으니 리모컨도 잘 안 만지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일단 부르고 본다.
그날은 텔레비전이 말썽이었다.
당장 티니핑을 보고 싶은 막내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아무리 해도 안 나와~~!"
세상 큰일이라도 난 듯 얼굴은 울기 직전이다.
막내에게 리모컨을 건네받았다. 이 각도, 저 각도, 더 가까이, 온갖 전원 버튼을 눌러도 그대로였다.
전자기기가 말을 안 들을 때 가장 유용한 우리의 방식 '때리기!'
는 아니고, (애들 앞에서 함부로 이런 거 하면 안 된다.)
'껐다 켜기'를 시도해 보았다.
TV가 연결된 콘센트의 상시 전원 버튼을 눌러 완전히 껐다가 다시 켜보았다.
잠시 와이파이가 끊겨 원성이 자자했지만 (겨우 1분이었다. 중딩과 초딩에게 와이파이란 무엇인가.)
저렴한 가격에 혹해 중소기업 제품을 사서 그런가. 역시 대기업 제품이 튼튼한 것인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쯤, 마치 내 생각이 잘못된다고 억울함을 항변이라도 하듯
화면에는 그 중소기업 제품의 영문명과 꽃그림이 떠올랐다.
"됐다!"
아니다, 안 됐다.
그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채널 조정도, 아이가 좋아하는 유튜브 버튼도 눌리지 않았다.
순간, 옛날 TV가 떠올랐다. 동그란 버튼을 돌리면 탁 소리와 함께 켜지고 채널은 따다다닥 소리를 내며 돌리던. 화면이 지지직 거릴 땐 채널 다이얼을 살짝 비틀어 맞추곤 했다. 단순하고 확실한 그것. 그때가 좋았던 걸까... 음... 너희 그런 TV 봤니? 엄마의 어린 시절은... (물론 흑백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엄마는 항상 TV와 VT가 철자가 헷갈렸어. 그래도 일기장에 티브이라는 한글 대신 VT라고 자신 있게 써놓고는 했지. 그때는 왜 그랬나 몰라.
라떼와 함께 온갖 잡다한 생각이 뻗어나갈 무렵, 문득 깨달았다.
리모컨!
건전지를 갈았다.
문제 해결.
맙소사, 왜 이 단순한 생각을 바로 하지 못했지?
켜지지 않는 눈앞의 TV의 문제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그것을 켜고 끄는 리모컨의 문제일 거라는 생각을 바로 하지 못했다.
(부분에 집중하면 다른 부분에 소홀해진다는 케데헌 한의사의 진지한 표정이 떠오르네.)
더군다나 리모컨의 건전지는 오래 써도 잘 닳아지지 않다 보니
갈아줘야 하는 필요성을 종종 까먹어버리고 만다.
이런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다는 걸 그래서 놓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TV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문제도 더더욱.
그렇다고 리모컨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건전지가 다 닳은 것일 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간단한 답을 놓칠 때가 있다.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내가 놓친 사소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
오늘도 사건 해결.
나 없으면 어찌 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