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 다른 마음
남원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검색 결과, 고속도로와 무료도로가 별로 차이 나지 않아 보여 국도를 택했다.
초행길인 데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선은 앞으로 고정한 채, 엑셀 위에 올린 발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곳곳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다 보니 오른쪽 엉치뼈가 뻐근해졌다.
머리는 자꾸만 거북목처럼 앞으로 쏠리고 어깨까지 불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왜 이렇게 카메라가 많아? 고속도로를 탈걸 그랬나.'
어딘가에서 쌩쌩 달리고 있을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괜히 부러워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그제야 알아챘다. 운전석이 남편의 체격에 맞게 조절되어 있었다는 걸.
'그동안 이걸 모르고 어떻게 타고 다닌 거지?'
운전석의 높이와 등받침 각도를 조정하고 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나의 둔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불편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분명 같은 길, 같은 위치의 과속 단속 카메라인데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 근처가 되면 주변 차들이 일정한 속도로 함께 달리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비키라고 라이트를 번쩍이며 달려드는 차도,
빨리 가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도 없었으니.
뿐만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자
엑셀을 과도하게 밟지 않게 되었고
그러니 브레이크도 덜 필요했다.
내 인생도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같았는데 어쩌면 속도 때문이었던 걸까.
생각이 스쳤다.
과속 단속 카메라는 나를 막는 게 아니라 너무 빨리 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었다.
불편할 때마다 내 몸부터 탓하고, 멈춰 서야 하는 상황을 불만스러워하기만 했는데.
의자 높낮이를 조절하고, 너무 빨리 달리려 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돌아오는 길은 훨씬 편안해졌다.
분명 같은 길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