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은 아니지만

주차 걱정은 없으니

by 뤼더가든


늦잠 때문에 지각한 아이를 차로 태워다 주고 돌아왔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드문 드문 몇 대의 차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들 전쟁 같은 출근시간을 보냈겠군. 난 출근은 따로 안 하니 여유롭네. 훗.


얼마 전 우연히 출퇴근 시간에 겹쳐 이동할 일이 있었는데 새삼스레 실감했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서야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주가 이 정도라니 믿을 수 없었다.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한번씩 서울에 일이 있어 갔다 올 때가 있는데, 매번 묘한 기분이 든다.

북적거리는 거리, 화려한 조명, 그 안에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방인 같은 나.

(처음 서울 주민센터에 갔을 때 나는 그날 무슨 행사가 있어 사람이 몰렸나 싶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다시 전주로 내려왔을 때 오늘 민방위라 모두 집에 들어갔나 싶었고.)


서울의 번잡함이 싫다 하면서도 왜인지 이 안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게 약간은 뒤처진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위기감. 역시 옛말이 틀린 게 없는 걸까.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갈팡질팡 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 전주에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기차에서 내리며 첫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튀어나오는 한마디.

하, 역시.


주차장의 널널 자리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차를 세우면서 그날의 공기가 떠올랐다.

내 폐를 가득 채우던 차갑고 맑았던 그 공기가.


많은 사람이 있는 메인에 합류한다는 건 그런 거였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삶.

나는 프리랜서 혹은 백수라는 이름으로 살며 번듯한 명함을 가진 '나인 투 식스'를 부러워했지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인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혼잡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더 우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선택의 이슈라는 걸.

어느 것 하나만 떼어서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예를 들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최신 시설을 누릴 수 있다거나 번듯한 명함과 함께 교통 체증은 남일처럼 여길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뗄 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메인은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너무 마이너이고 싶지는 않은 이 애매한 나의 마음.

도시와 시골 중간 어딘가에 걸쳐진 듯한 이 동네처럼

어중간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오늘의 글도 이렇게 어중간하게 마무리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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