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건 바다만이 아니야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by 뤼더가든

썰물 때인지 모래사장에서 바다 쪽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신기하지 않아? 물이 어디서 나와서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다소 감상적인 질문을 혼잣말처럼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래놀이에 열중하던 막내가 아주 간단한 답이라는 듯 대답했다.

강아지처럼 두 손으로 바닥을 마구 파더니,

"여기! 여기를 막 파면 물이 나와있다가 덮으면 조금만 나오지?"

그러다가 바다 쪽을 척 가리켰다.

"바닥에서 물이 나와서 저 넓~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아이의 표현이 꽤 시적이었다.

"오, 그렇구나. ㅇㅇ도 저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어?"

"응! 넓~은 세상이 좋아."


아이는 곧이어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 땅도 넓어! 난 땅이 더 좋아!"

해맑은 표정의 아이는 다시 땅파기에 열중했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제야 바다 못지않게 넓은 모래사장이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사진 찍기만 바빴는데.

그렇네 정말. 땅도 넓은 세상이었다.


아이들의 끼니를 걱정하고 장난감과 먹을거리를 양손 가득 들고 갈 수밖에 없던 나는

혼자 오거나 연인끼리 가볍게 온 사람들의 모습을 부럽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보지 못한 세계를 꿈꾸고 갈망하며 지금의 자리를 답답해하던 나에게

마치 지금 네가 있는 곳도 충분히 넓은 걸 왜 몰라?라고 일침을 놓는 것 같았다.


'Everything I need is on the ground.'

가사가 반복되는 로제의 노래(On the groud)가 떠올랐다.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저 아이.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대신, 마구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그렇다. 바다도 땅도 충분히 넓고,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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