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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애할 권리 Jul 19. 2016

[Persona] 배우 '박호산'

참 호산스럽기도 하지

더블, 트리플 캐스팅 보드 사이에 그의 이름이 있으면 주저 없이 관람할 캐스팅을 결정할 수 있다.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로 하나, 당연히 평타 이상 소화해 줄 믿음에서 하나, 그리고 팬심에서 하나.

바로 박호산이다.


ⓒ 뮤지컬 <러브레터>

매년 대학로에 올라오는 연극, 뮤지컬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로는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쉬지 않고 무대에 서는, 생계형 연기자이자 부지런한 배우다. 아직까지 국내 공연계가 좁다 보니 다작 배우를 보면 배우로서 가지는 특화된 캐릭터가 너무 빨리 소모되는 않을까, 비슷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호산은 예외였다.


박호산은 한마디로 '호산스럽다'. 실제로 그의 연기를 본 관객들은 '자유롭고 자연스럽다'는 평을 많이 한다. 그는 그답게 연기한다. 그래서 가식이 없다. 극 속에서 그의 캐릭터가 가질 수 있는 만큼의 감정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그런 현실적인 표현이 때로는 건조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무대에서 그렇게 힘 조절이 가능하다는 건 굉장한 내공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명확함에 있다. 그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 좋고 싫음, 아픔과 슬픔, 사랑과 증오가 그의 표정과 몸짓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배우 안에 캐릭터의 방향성과 감정을 확실하게 잡아 놓고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했을 때 가능한 연기다. 그래서 관객은 그의 색을 담고 무대에 서 있는 저 '호산스러운' 인물에게 설득당하고 공감하게 된다.


2011년,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아들면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비추는 배우였다. 그 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의 작품을 챙겨보았다. (워낙 많아서 다 나열하기 힘드니 생략한다. 그의 수많은 필모 중에 못 본 작품을 손꼽는 게 더 편할 정도니까)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작품을 떠올리자면, 소극장에서 강렬하게 멘탈을 뒤흔들어 준 2인극 <해마 (2012)>, 1인극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준 <품바 (2013)>, 그리고 최근에 올라온 <프로즌 (2015)>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좋아하는데, <그 여름 동물원>을 못 봐서 아쉬움이 크다. (어쩌다 보니 다른 캐스팅을 봤다 OTL)


ⓒ 뮤지컬 <러브레터>


특유의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와 굵고 날카로운 인상 때문인지,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차근차근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그 충동을 합리화하려고 애쓰는 캐릭터 쪽이랄까? <얼음>의 형사, <줄리어스 시저>의 권력자 안토니, <에릭 사티>, <도둑맞은 책>, <데스트랩> 속에서의 까다로운 예술가. 그런데 한편으로는 멜로 작품의 출연도 제법 많다. <러브레터>, <디셈버>, <광화문 연가>, <오디션>과 같은 작품에서 까칠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츤데레 캐릭터도 보여줬다. 그의 마스크도 멜로와 액션,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 본다. 크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남성적인 굵은 선은 드라마에서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선명하게 그려낼 줄 아는 그의 연기력이 더 큰 바탕이 되겠지만)



며칠 전 연극 <데블 인사이드>에서 그를 보았다. 비현실적이고 매니악한 하드 캐릭터였는데, 극 속에 모아드는 열기를 중간중간 발산해주는 인물이었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 이후 오랜만에 다시 보는 그의 (의도적인) 오버 액션 코믹 연기였다. 정말로 뻔뻔했다. 그래서 너무 웃겼다. 아, 그렇게 나는 또 '호산스러움'에 빠져들었다.

ⓒ 연극 <데스트랩>

이렇게 그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마크 러팔로'의 캐릭터가 떠오른다. 그와 연기 스타일도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고. (물론 마크 오빠는 순둥순둥한 이미지이지만...)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돌직구를 날리며 고집스럽지만 진심을 대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 박호산은 그런 인물의 화법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이미지 : 공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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