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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17. 2020

이것은 열정인가? (feat. 시시포스적 불행에 관해)

나의 주짓수 도전기 8.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주짓수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기록을 시작한 까닭은 첫째, 내가 배운 지식과 기술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함이며 훗날 어느 정도 성장을 했을 때 나 자신을 뒤돌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둘째, 나와 같은 초심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은 그 과정 중에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주짓수와 같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시작은 있지만, 언제 끝날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어떤 사정에 의해 도중에 수련을 그만둘 수도 있고 혹은 바쁜 나날이 이어져서 기록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써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경험, 그 당시의 생각이나 느낌과 지금 시점에서의 생각, 그리고 그 당시에 배운 기술이나 알게 된 용어의 정리 등이 중심이 될 것이다. 참고로 주짓수에 관한 여러 기술과 관련된 용어는 간단히 정리하되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이들이나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출처를 기재할 것이니, 관심 있는 사람은 확인하기 바란다.

알다시피, 이야기의 힘은 세다.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사회를 바꾸기까지 한다. 내 글이 사회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지 모를 이 주짓수를 보면서 누군가 그 어떤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 참고로 글은 완성본이 아니므로, 틈틈이 수정될 수 있다.




끝이 있다는 것과 시시포스적 불행에 관하여


다음 날은 저녁에 다른 일이 있어서 오전반에 참석했다. 낮은 저녁에 비해 사람이 적었고 좀 더 환한 분위기였다. 훈련에 참여한 대부분 그랄(grau)이 서너 개 붙은 하얀 띠였는데, 그중에 50대 중후반으로 보이시는 파란 띠 한 분이 훈련을 하고 계셨다. 체격이 건장하셨고 덩치도 좋았다. 정확하진 않으나 그랄이 서너 개 붙어 있는 것 같고 띠나 옷이 꽤 낡아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수련하신 분처럼 보였다.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고우키를 좀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비 운동은 가볍게 스트레칭 후에 달리기, 옆으로 달리기, 다리를 교차해 달리기, 뒤로 달리기, 팔 벌려 달리기 등을 했고 끝나자 2분 동안 푸시업을 했다. 관장님은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서 해보라고 주문했고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문대로 빠른 푸시업을 했다. 평소에도 타바타 운동 프로그램에 푸시업을 넣거나 평소에도 계속 푸시업을 하는 편이라 어렵지는 않았으나, 1분 이상이 되자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그래도 쉬지 않고 했다. 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가는 것이고 그 시간이 끝나면 쉴 수 있으니까.

언제나 그랬다. 모든 것은 시간에 지나면 끝이 있었고 그 끝이 결국은 올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시포스가 가장 불행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시포스는 신의 노여움을 타서 돌을 굴려 산 정상까지 굴리면 다시 밑으로 떨어지는 형벌을 받는다. 그에게 돌을 굴리는 행위 자체도 무의미하겠지만, 그가 진정 불행한 까닭은 기약을 알 수 없는 형벌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고대의 잠언이 통하지 않는 형벌이며, 영원의 회귀 속에서 돌을 굴려 살아야만 하는 참혹한 현실을 겪는 셈이다. 어떤 희망도 없다. 자살도 할 수 없다. 오로지 끝낼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신의 의지일 뿐이다.

‘이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끝나겠지.’라는 희망, 그것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그것을 감내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은 대체로 무언갈 얻게 한다. 운동을 격렬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은 바로 이점에 있었다. 곧 다가올 거라 기대하는 끝이 존재하고 이것을 할 경우 체력향상과 정신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과 지식으로 알기 때문이다. 고통만 존재하는 현실도 슬프고 기약을 알 수 없는 기다림도 슬픈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이 바로 그 두 가지가 결합한 시궁창임을 깨닫게 될 때, 인간은 자신이 시시포스와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된다. 그와 다른 것은 아직 저승에 있는 것은 아니니, 내게는 생에 관한 마지막 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지를 보이기 전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잠언과 ‘No pain, no gain’. 는 두 가지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행위를 찾는 게 필요하다. 비록 그게 아주 단시간의 일이거나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며, 의미 있는 고통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결핍을 즐기고, 또한 의미 있다고 여기는 고통을 피하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러하듯, 고통에 회피하려는 생각에서 멀어지기 위해 습관과 상황에 묻어버린다. 어떤 시간과 장소에 묶어 고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습관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매일 주짓수를 빠지지 않으려고 하고 그곳에 가서는 시간 낭비가 없도록 온 힘을 다하려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나는 지금 주짓수라는 의미 있는 고통에 익숙해지는 습관을 만드는 중인 것이다. 마치 그곳에 가면 어떤 스위치 켜져서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 없이 쉬지 않고 운동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조정하는 셈이다. 그렇게 푸시업이 끝나자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기술 연습


기술 연습은 스파이더 가드와 삼각 조르기를 배웠다. 동생은 예전에 주짓수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몇 가지를 말했다. 암바, 삼각 조르기, 스파이더 가드 등등. 그중에서도 스파이더 가드는 그 사람이 내게 연습해보겠다고 걸었던 운동이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직관적이라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암바(arm bar) - 팔꿈치 관절을 가동범위 이상으로 꺾어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기술
삼각 조르기(triangle choke) -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삼각형을 만들어 그 안에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기술
스파이더 가드(spider guard) - 1980년대 후반에 스포츠 주짓수(타격을 배제하고 상대가 도복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룰에 따라 진행되는 그래플링 시합)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드. 그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양손의 소매 깃을 잡고, 양다리로 상대의 이두근을 밟아서 양손을 컨트롤하는 것.
클로즈 가드(closed guard) - 누운 상태에서 두 다리로 상대방의 허리를 감싸안고 발을 엮어 상대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 (https://www.bjjmagazine.co.kr/archives/1801)
새우 빼기(엉덩이 빼기, shrimping) - 주짓수에서 핵심이 되는 움직임 중 하나로 불리한 자세에서 빠져나오거나 서브미션, 상대의 공격으로부터의 회피, 가드 패스 등을 위하여 다리를 밀어 엉덩이를 뒤로 빼는 것. (https://www.grapplearts.com/ultimate-guide-developing-bjj-hip-movement-shrimping/)
서브 미션(submission) - 격투기 용어의 하나로 상대방에게 항복의 의미인 탭 아웃(영어: tap out)을 받아내는 기술을 뜻함.


“클로즈 가드 상태에서 자신의 복부에 있는 상대의 소매를 잡아 머리 쪽으로 펼치면서 잡아당겨 주시고 클로즈 가드한 다리로 허리를 이용해 상대를 뒤쪽으로 밀어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그 상태에서 상대의 골반에 다리를 밟고 상대의 두 팔은 자신의 바깥에 가져다 대고 나서, 다리를 벌려 팔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게 해 주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골반을 밟고 허리를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다음 밟은 골반을 밀어 한쪽으로 새우 빼기를 해주시고 알통이 있는 팔의 관절 부분에 자신의 발바닥의 중앙이 닿게 해 주세요. 이때에는 상대가 힘을 써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도복의 소매 깃은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 발은 계속 밀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쪽 팔은 자신의 가슴 부근 쪽으로 잡아당긴 상태에서 알통 부근에 있던 다리의 방향을 위쪽으로 전환해서 다리를 들어 올려 주세요. 그러면 팔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계속 있고 내 몸은 한쪽은 골반에 다른 쪽은 팔 위에 있는 상태가 될 겁니다. 거기서 하늘 쪽으로 올린 발을 목에 걸고 …”


몇 가지 단계를 천천히 보여주었지만, 스파이더 가드에서 삼각 조르기에 오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시범이 끝나고 관장님은 잘하는 분에게 요청해서 나를 맡게 해 주셨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고 나서야 어떻게 하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이것을 빠르게 써야 하기까지를 생각하면 꽤 오래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나서는 나와 같은 초보자와 함께 연습을 했다.


열정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


“열정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한편으로는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감사하다 말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열정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느냐?’

곰곰이 생각하면 초기 세팅 값이 다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열정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었고, 기왕 하는 거 내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열정이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열정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치 차량의 기름처럼 달리고 나면 소진되어버릴 것 같은 에너지가 될 것 같았다. 사실 나 자신도 열정이라고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당연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빠지지 않고 헬스장을 가던 나처럼, 그곳에서 크로스핏을 할 때의 나처럼 말이다. 그 시간에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 게 내 기본 세팅이었다. 도망칠 구석을 만들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었다. 물론 무리하지는 말자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기술 훈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반복하는 것 외에는 무엇이 있겠는가?

나도 과거 학생들을 모아 지도를 할 때 언제나 하는 말이 ‘무리하지 마라.’였다. 그래서 그 말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몸에 무리가 가면 다칠 수 있다는 말, 그러니 천천히 하라는 말,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임은 분명하다. 다만, 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열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체 성실히 할 뿐이다. 그러면 조바심이 있는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라도 더 제대로 익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은 마음이 더 컸다.


초기 조건의 중요성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면, 뉴욕에서는 태풍이 몰아친다.’라는 나비효과의 이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초기 조건의 중요성인데, 이것은 우리의 삶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바로 초기에 무언가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이다.  태도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성처럼 흘러가는 삶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삶의 많은 부분은 사실 초기의 의사 결정과 태도 결정 이후에는 습관에 좌우된다. 습관의 영역에 이르면, 의식적인 변화를 꾀하기 전까지는 초기의 태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의지력과 열정은 좋은 말이지만 매번 그것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처음에 만들어놓은 조건들이 기준이 되어 반복하게 되고, 숙달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지금 초기 세팅 값을 만드는 것이다. 이 운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이 공간에 오면 스위치가 작동하는 운동의 태도를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세팅한 것뿐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배우시면 잘하실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감사의 표시를 했지만, 동시에 이 말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이 달콤한 말속에서 내가 잘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가 실제 롤링(대련)을 하고서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저 겸손함으로 다른 사람의 말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면서 그냥 내 할 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직은 남아 있는 마음의 허전함과 답답함을 덜어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술 시연이 끝나고 나는 파란 띠의 연륜이 있어 보이는 분과 다른 분 사이에 껴서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스파이더 가드에서 삼각 조르기나 혹은 삼각 조르기가 여의치 않으면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나서 상대의 팔 관절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바지를 잡아 기술을 거는 것이었다. 기술의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삼각 조르기 자체도 쉽지 않은 상태라 기술을 따라 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스파이더 가드에서 발을 하늘 쪽으로 올려서 누워 있는 허리를 올려야 하는 거야. 이렇게!”

그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며 팔 관전 사이에 두고 있던 한쪽 발과 무릎을 하늘 쪽으로 올리더니 금세 내 목에 걸어두었다. 그러더니 다른 쪽 다리로는 골반을 밀어, 내 몸과 직각으로 만들더니 어느새 삼각 조르기와 같은 자세가 되었다. 기술이 걸리니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상대가 압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리 사이는 조여주고 발바닥은 발레같이 나란히 놓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단단히 걸어. 그리고 스파이더 패스를 할 때에는 드러누워서 하지 말고 항상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해야 상대의 팔을 더 많이 컨트롤할 수 있어.”

그는 다시 천천히 스파이더 패스를 시연하면서 드러누웠을 때의 스파이더 가드와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스파이더 가드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가 훨씬 더 상대의 팔을 조정하기가 유용했다.

주짓수를 보다 보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힘을 보다 적게 이용하면서도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운동 같아 보였다. 기술의 운동이었고 엄청난 힘의 차이가 있지 않은 이상, 기술이 앞선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는 운동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아직 기본 기술도 잘 못쓰니, 열심히 눈에 익혀두려고 노력했다.

기술을 배우면서 몇 가지 아쉽다 싶은 점들이 있었는데, 하나의 기술을 배우고서 반복해서 연습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일단 기술을 혼자서 연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고 상대가 계속 수련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쉬는 다른 분께 부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방식이 좋을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고민이 있을 거 같았다. 혹자는 무쓸모라고는 하지만, 더미(dummy, 주짓수나 그래플링에 사용되는 사람 모양의 연습용 도구)를 사서 집에서 연습해보는 것도 방법인듯싶었다. 가장 좋은 것은 롤링하면서 계속 그 기술을 써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4주가 되지 않았기(우리 도장은 초심자들에게는 부상의 위험 때문에 한 달 동안 대련을 시키지 않는다.)에 롤링을 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머릿속으로 계속 상상하고 기록을 통해서 복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명칭도 눈에 잘 익지 않지만, 분명히 습관만 들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짓수 교육과 영어 프로그램의 공통점


주짓수의 수업 과정이 워밍업 이후 기술을 배우고 실전에서 써먹는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내가 진행하는 영어 프로그램과 그 형태가 비슷해 보였다. 영어 프로그램은 2시간 동안 진행이 되는데, 30분은 배운 패턴에 대하여 문장 중심의 복습 및 테스트, 워밍업이라 할 수 있는 오늘 수업에 필요한 기본 단어 예습 및 암기 테스트와 발음 교정을 30~40분 정도 진행한다. 그다음에는 본격적으로 E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오늘 수업을 20분 동안 들어가고 혼자서 패턴을 연습할 시간을 10분가량 준다. 그러고 나서는 롤링(자유대련)처럼 오늘 주제와 주제를 바탕으로 준비한 질문을 바탕으로 프리토킹을 한다. 영어 패턴을 공부한다는 것은 기술 수련과 같았고 패턴과 주제를 바탕으로 프리토킹을 한다는 것은 주짓수의 롤링을 한다는 것과 비슷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날의 롤링에서는 그날 배운 기술들을 중심으로 수련하는 게 옳은 것 같았다.

또한, 주짓수를 하면서 영어 모임에서 보완을 해야 할 몇 가지 점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하나의 영어 패턴을 학생들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익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좀 더 생각게 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아이디어는 대략 이러하다. 배운 패턴을 강제로 사용토록 할 것, 두 번째는 하나의 주제와 그에 해당하는 패턴들을 하루에 끝내기보다 며칠에 걸쳐서 계속 반복 숙달토록 할 것, 주짓수처럼 한 수업에 참여했더라도 다음 수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늘릴 것 등등이었다. 물론 이것들은 아이디어일 뿐이고 현재 프로그램에 차차 녹여야 할 부분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한 수업에 참여했더라도 다음 시간의 똑같은 수업에 참여하거나 프리토킹 때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괜찮은 생각이라고 여겨졌다. 다만, 현재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학원이나 과외처럼 정당한 돈을 받고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내 시간을 더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튼, 나중에라도 지금의 커리큘럼을 통해서 행여 영어 관련 일을 하게 될 때는 분명히 지금의 영감과 기록이 도움되리라 싶었다.


조바심 내지 말자!


쉬는 시간이 되자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걸려 있는 고무 밴드를 100번 잡아당겼다. 튜브 훈련은 평소에서 내가 평소에도 즐겨하는 것이었는데, 100번씩 6회에서 8회가량 꾸준히 하면 등이나 어깨에 오는 자극이 제법 좋았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공간, 운동 스위치가 켜지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운동을 위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곳의 운동기구들이 나를 반겼다. 이 운동은 롤링을 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유도식 당기기 운동을 끝낸 이후에는 새우 빼기와 같은 기본 드릴(훈련 연습)을 했다. 운동을 하면서 지금 하는 운동프로그램을 좀 더 주짓수에 맞게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은 금물이다. 조바심 내지 말자.’

롤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몇 번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훈련 연습을 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도록 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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