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하기.

by JH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그 타이밍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2년 전,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연극이 있었다. 보통 관극 전에 다음 회차를 예매한 적이 없는데 그 연극은 이상하게 끌려서 처음부터 다른 캐스트로 2개를 예매했었다. 처음 공연을 보기 전까지도 '이게 맞나? 괜히 보기도 전에 2개나 예매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자마자 다음 회차까지 예매한 나 자신을 칭찬하게 된 연극이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뮤지컬만 보던 잔잔하던 삶에 연극도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돌덩이를 던진 느낌이었다. 처음 공연을 보기 시작한 게 공연 후반부쯤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막공까지 3주 연속으로 관극 했었다. 그 현장감과 분위기, 조명과 벅찬 감정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연극. 그렇게 나에게 아픈 손가락 연극이 탄생했다. 공연 후반부에 보기 시작한 나를 원망하며 하염없이 그때의 느낌만을 기억 속에서 더듬으며 다음 시즌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 연극이 돌아왔다. 공연장은 바뀌었지만, 내가 좋아했던 캐스트들이 함께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날로 티켓을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MD도 샀다. 그렇게 두근거리며 연극을 보는데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때의 배우와 연기, 소품까지 거의 비슷했는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없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생각했지만 좋아하던 장면이 나왔는데도 2년 전의 그 느낌이 오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뭐가 문제였을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공연장이 달라져서 그랬을까? 무대가 높아져서 그런가?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는데...' 하다가 문뜩 내가 달라진 걸 깨달았다. 2년 전의 나와 2년의 세월을 살아온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걸 깨닫자 다시는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졌다. 좋아하고 싶지만 더 이상 그 정도로 좋아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는 것도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좋아할 수 있는 타이밍의 나에게 온 것. 이보다 완벽한 게 어디 있을까.

그동안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라고 그때의 연기와 무대 캐스트는 돌아오지 않기에 볼 수 있을 때 봐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걸 좋아하는 나도 그 순간만 존재할 수 있기에 가능한 그 순간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공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지금 내가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순간이라면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그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지나간 것들은 그 세월 속에 남겨두고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걸 새롭게 찾아서 마음껏 좋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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