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켠이 허전할 때면 생각나는 작품 그리고 노래
* 극에 대한 일부 줄거리나 스포가 있을 수 있지만 작품을 보고 난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해석을 전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전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셔도 되고, 생각이 다르다면 다른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연극은 그 자체로 사랑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터키의 산과 바다, 하늘이 어우러졌을 때 진정한 터키쉬 블루(Turkish Blue)를 볼 수 있다. ‘터키블루스’의 주혁과 시완 역시 함께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다. 16살, 18살 사춘기 시절을 함께한 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생각을 공유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친구가 되어간다.
이들은 친구이지만 우정 이상의 것들을 서로에게 남긴다. 매개체는 바로 노래. 그들은 노래로 서로를 추억하고 떠올린다.
노래는 단순한 가사나 멜로디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는다. 그것을 처음 들었을 때의 내 모습과 당시의 감정, 고민, 그날의 날씨, 햇빛, 빗방울 그리고 바람까지. 심지어 노래를 들으며 우연히 맡았던 냄새까지도 꼭꼭 담는 것이 노래다.
어떤 향수(perfume) 보다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며, 어떤 사람 자체로써 기억되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우고 감성을 공유한 사람들의 추억은 힘이 세다. 노래에는 그런 힘이 있다.
무모하게 운전대를 잡고 바다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 그들. 아무도 없는 새벽에 도착한 이름 모를 부산의 바닷가. 별빛 가득한 하늘과 새까만 바다, 두 사람만 움직이고 존재하는 것 같았던 순간 그 공기.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들리는 모든 것이 반짝였던 순간”
주혁의 대사로 모든 것이 표현되는 그때. 어떤 영상 장치나 특수효과 없이 두 배우는 눈빛과 표정, 목소리로 이 순간을 관객의 머릿속에 그려 넣는다. ‘같고 다르지만 또 같은’ 두 친구가 함께라면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두렵지 않던 그때, 각자의 삶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답던 그때.
두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하고, 각자 다른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끝내 재회 히지 못한다.
둘의 재회를 바랐던 관객들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기에 ‘터키블루스’가, 주혁과 시완의 노래가 관객에게 아름답고 아련하게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들의 노래는 어딘지 모르게 아프기까지 하다.
많은 시간 속에 함께 꿈을 꾸고 서로를 응원한 두 사람. 이런 그들이 성인이 되고 30대(연극 속 현재 시점)에 다시 만난다면,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꿈을 꾸고 같은 것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사랑하는 친구 혹은 연인에게서 낯선 침묵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침묵과 낯섦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노래 가사 하나로, 영화나 드라마 장면 하나로 일주일씩 얘기하고 함께 웃고 울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던 너와 나.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같은 것을 보고 나눌 것이 없다는 것. 그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외롭고 쓸쓸한 일이다.
슬프게도 이 쓸쓸함은 상대방에게 털어놓을 수 없다. 예전에도 지금도 ‘너’는 나에게 소중하고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일 것이기에 내 쓸쓸함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뭇사람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넘기기엔 지난 시간과 추억, 예전 ‘너’와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때의 너는, 그때의 나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순수했으며 빛났으니까.
누구에게나 나를 빛내주고 사랑해준 사람이 있고 또 내가 빛내주고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친구든 연인 혹은 그 누구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은 바랜다. 가장 빛나던 때만 기억하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삶을, 그런 인생을 살기 어렵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야 하고 나의 현재를, 지금의 자리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시절을 함께한 '네'가 소중하고,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그 노래'가 소중한 것이다. 연극 터키블루스는 묻는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때는 언제인가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들리는 모든 것이 반짝였던 순간, 그 순간 나의 옆에 있어준 사람. 그리고 그때의 내 모습...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것들이 ‘터키블루스’의 노래와 음악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이 아프고 슬프고 또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