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룸넘버 13_2017

예고 없이 들어왔다가 예고 없이 나가는, 쉽지 않지만 유쾌한 연극 '룸넘버13'

by 최 수

* 극에 대한 일부 줄거리나 스포가 있을 수 있지만 작품을 보고 난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해석을 전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전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셔도 되고, 생각이 다르다면 다른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연극은 그 자체로 사랑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연극 룸넘버13 인터파크 .jpg 연극 룸넘버13 포스터_출처:인터파크 예매처 홈페이지


: 연극 룸 넘버 13_2017.1


공연 스토리는 간단하다. 여당과 야당소속 인물 간에 일어난 의외의 사건. 이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인들의 한밤의 고군분투.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객석의 웃음. 그러나 ‘룸 넘버 13’은 쉽지 않다.


온갖 사고와 정신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등장인물과 쉼없이 열리고 닫히는 문. 순간순간 바뀌는 상황들.


무대와 문을 몇 번씩 밟고 드나 들었을 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만큼 배우들의 동선에는 망설임이 없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들어 맞는 움직임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리듬. 연극이라기엔 굉장히 리드미컬하다.


리듬에는 강약이 있기 마련. 그러나 이 연극은 관객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으려는 의도인지, 강하고 센 사건과 시간, 리듬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연극은 쉽지 않다. 편하지 않다.


이야기는 유쾌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웃음 요소가 가득하다. 웃지 않고는 못 배길만큼. 그러나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진실을 애기하는 이가 없고(로니도 부인에게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설정이니까) 연극은 불친절한 끝을 내고 만다. 재미 있고 유쾌하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결말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감당 안 될 만큼 커진 거짓말과 이름도 헷갈릴 정도로 불어난 등장인물, 그 위에 쌓이고 엮인 이야기. 이 모든 것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극 룸넘버13 티켓 사진.jpeg 연극 룸넘버13의 티켓은 디자인 문구처럼 예뻤다_출처: 직접 촬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사건 수습을 위해 온 무대를 휘젓고 다니던 ‘불타는 미친 밤’을 보내던 그들이 갑자기 넥타이를 고쳐 메고 정숙하게 극을 마무리 한다? 그것처럼 어색한 결말도 없을 것이다.


각자 출구를 찾아 인사 없이 그 방을 떠난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결말에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친절하게 표현해야 할 의무나 필요는 없으니까. 영화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가 친절한 결말로 유명하던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리고 ‘룸 넘버 13’을 가장 빛내는 것은 관객의 웃음도, 스토리도 아니다. 머리와 의상이 땀에 흠뻑 젖어 무대 위로 똑똑 떨어질 만큼 뛰고 부딪고 소리치며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스크린샷 2018-02-13 오후 2.58.13.png 출처: 유투브 '연극&뮤지컬 BNK부산은행조은극장'( https://youtu.be/phTnFkEHlJQ) 채널


그들의 연기와 열정 그 자체가 이 연극의 진정한 매력이자 무기이다. 생각 없이 공연을 보다 가도 땀 범벅이 된 옷과 머리, 쉬다 못해 변해버린 배우들의 목소리에 더 바른 자세와 또렷한 시선으로 공연을 보게 되고, 성의 있게 박수 치며 웃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무대 위 배우들의 땀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열정 혹은 꿈’이고 그 열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그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현실에 안주하는 지금의 나, 핑계로 얼룩져 무디어진 꿈과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연극이 끝나고 정신없이 웃고 박수치던 당신은 왠지 모를 후련함과 울컥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상해서가 아니다. 나는 그게 바로 ‘룸 넘버 13’이 관객에게 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결말은 아니지만 당신을 웃기고 울리고 함께 긴장하게 만들며 완벽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줄 연극 룸넘버 13,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극 카포네 트릴로지_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