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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Jul 28. 2018

한 사람을 위해 노래하듯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

가끔 무명의 가수나 연극배우들이 "한 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노래하고 연기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본다. 듣기엔 좋은 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힘겨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 때론 한명만 들을 때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지인들 사이에서, 내 노래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서였다. 그래서 그들은 객관적이지는 못했다.

나는 블로그를 한 적도, SNS 활동을 열심히 한 적도 없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신기함을 느낀다. 알림 설정을 끌 수 있지만, 내가 구독하는 작가들의 글과 내 브런치에 대한 알람이 뜨는 것을 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생면부지의 한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민망하면서도 고마움이 일어난다.


오히려 지인들에게는 내 글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고 있다. 내 글과 일상 중의 나와의 괴리를 들킬까 봐 겁나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형성된 인간관계 속에서가 아니라, 내 경험과 글이 세상에 어떻게 비치는지가 먼저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개와 반려견에 대해 넘쳐나는 글이 있지만, 내가 거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 순수하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개'에 대해 공감을 느끼는지가 궁금했다.


살면서 스스로를 작가로 생각해 본 적은 없기에 글을 쓰는 데에 더한 책임을 느낀다. 노래 한곡을 사람들 앞에서 부르려면 모든 가사의 음정과 박자, 감정 모두가 내 것으로 체득되어야 한다. 한 번을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좁은 방에 틀어박혀 수도 없이 불러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반복하고 시간만 들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노오력’이 아닌 ‘진정 즐길 줄 아는’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 전문가들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개'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을 때는 나의 글쓰기를 보여주려 하기보단, '사건'과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달되는 과정과 그 모습 또한 중요하기에 좋은 글이 필요하다. 아무도 듣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노래하고 연기할 이유가 없듯, 같은 하늘 아래 세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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