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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2021년 2월 16일 오후 1시 5분

by 물소리를 꿈꾸다

“주희야 빨리 와”

휴대폰 너머 들리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2시 회의에 맞춰 문래역으로 가던 나는 급히 시청역에서 내렸다.

환승 계단을 찾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리던 순간, 왜 그랬는지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 시간.

일주일 전에 시술을 마치고, 요양 중이던 아빠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날은 집에서 치르는 내 음력 생일이었고,

아빠 삼우재는 친구들이 연락주는 내 양력 생일이었다.


상을 치르는 내내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네 생일 모두 꽉 잡고 돌아가셨나 보다.

주희야 글 열심히 써. 아빠가 지켜 보실 거야."


하지만 엄마는 알까?

예전에 아빠가 내게 살짝 말씀하시길,

"난 내 생일이랑 니 엄마 생일 밖에 몰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도 니 엄마가 알아서 챙기니까, 몰라" 하고 멋쩍어하셨다.

그런데 아빠가 하늘로 돌아가는 날은, 평생 아빠 기억하라고 딸내미 생일에 맞춰서 가셨다.


그리고 요즘 엄마가 자꾸만 독촉이다.

글 썼냐고.


공모전 글은 올해 상반기는 그냥 넘겨버렸고,

아빠에 대한 글이라도 이제 시작하려 한다.

행복했던 기억도 있지만, 때론 너무 슬펐고, 떠올리기 힘든 기억들도

이제 하나 둘, 복기해서 글로 옮기려고 한다.

순전히 내 기억에만 의존해서 적은 글이라

하늘에 계신 아빠는 다소 언짢을 수도, 황당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