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초가을이었다고 한다
아빠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이렇다.
밤에 잠을 자려고 왼편에 엄마, 오른편에 아빠를 두고 가운데에 누웠던 내가 갑자기 엄마를 피해 도망갔던 일이다. 무엇에 놀랐는지 엄마가 무서웠던 나는 허겁지겁 아빠 배를 타고 넘어가, 아빠 오른팔을 베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훗날 엄마가 말했다.
“2월에 너를 낳고, 이듬해 봄에 니 동생을 가졌는데 그때까지 니가 젖을 떼지 못했어. 그래 동네 아주머니들 말이 가슴에 봉지를 넣어보래. 그날도 여느 때처럼 젖을 파고들던 니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크게 놀라더니, 허겁지겁 아빠 배를 타고 넘어갔어.”
임신한 몸으로 돌 지난 딸에게 젖을 물릴 수 없어서 가슴에 비닐봉지를 넣은 엄마. 그 후로 나는 아빠 오른팔을 베고 잠이 들었고, 엄마가 두 팔 벌리며 나를 불러도 늘 아빠 품만 파고들었다 한다.
그런 내 모습이 내내 안쓰러웠다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늘 그 기억에 대해 얘기를 하면 기분 좋아하며 말씀하셨다.
아빠, 난 아빠가 이로 씹어서 먹여줬다는 누룽지 맛도, 손발톱 잘라준 것도 기억나질 않아.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보다 아빠가 기억하는 내 모습이 더 많을지도 몰라.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미안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