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 센티멘탈 밸류, 햄넷, 왕과 사는 남자, 휴민트
삼일절 덕에 개봉 영화를 몇 편 챙겨볼 수 있었다.
시라트
부천 영화제에서 봤다면 아주 재밌게 봤을 영화.
사실 이런 식의 이상한 로드무비는 영화제를 다니다 보면 종종 마주치곤 하는 일종의 장르와도 같은데, 개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매번 새롭게 충격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걸 잘 해내고 있다.
대놓고 우화가 되는 것을 노린 이런 장르영화에 대해서는 길게 말해봤자 무용한 노릇이다.
센티멘탈 밸류
편집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영화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색감에도 주목해보고 싶다. 특히 과거 장면에서 필름 그레인 룩을 지향하는 노이즈를 집어넣었는데, 이제는 흑백이 아니라 컬러라도 필름 느낌이 들면 옛스러운 느낌이 들어버리는구나, 싶었다. 넷플릭스 얘기를 넣은 걸 보면 대놓고 의도한 점이기도 할 테고.
이 영화에 대해서는 곧 길게 말할 기회가 주어질 듯하다. 그때가 되면 다시 블로그에…….
햄넷
희곡 '햄릿'에 대해 다룬 영화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예술로 소통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센티멘탈 밸류와 같은 결의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굉장한 판타지다. 말로 화해를 시도 하다하다 안 돼서 예술의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는' 중노년 남성의 서글픈 처지라는 것 자체가 말이다.
그 소통의 계기가 되는 예술형식이 아무래도 연극이기 때문에, 대놓고 영화로 영화 얘기를 해버리는 센티멘탈 밸류보다는 조금 덜 노골적이라 아무래도 보는 입장에서 좀 덜 낯뜨거운 면도 있다(그런 점에서 원작 소설보다 오히려 유리한 면도 있을 것). 이러나 저러나 예술에 대한 예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그저 내 취향일 따름이고.
짓궃은 말을 해버렸지만 굉장히 감동적이라 클라이맥스에선 살짝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쓴 게 '햄릿'이라는 게 살짝 반칙이라는 기분도 들지만, 마냥 희곡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마련한 동굴-업스테이지 센터 도어 이미지 같은 것이 이런 점을 잘 희석해주고 있어 좋다.
왕과 사는 남자
한줄평을 썼다면 '한양의 봄'이라고 했을 텐데, 이미 장항준 본인이 서울의 봄을 언급해버렸다.
실제 역사에서는 별개였던 두 인물을 하나로 합친 게 좋은 착상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한 것에 비해서 과감하지 않았다는 평도 있는데, 장항준 말마따나 타란티노식 결말이라도 냈다면 과감한 결말일까? 그거야말로 웹소설계에 만연한 '단종물'(단종을 살리는 것이 목적인 대체역사물 하위장르)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시시껄렁한 내용이 됐을 거다.
'천만 영화'라는 수식어와 관련해 내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결론이 뻔히 정해진, 그것도 비극적인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를 관객이 굳이 극장에서 보길 많이 선택했다는 것. 이것은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간단명료한 대리만족 팝콘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대체적인 대중평은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라는 식인데, 그러니까 앞서 햄넷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대중은 희극 만큼이나 비극에서도 충분히 재미(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항상 그에 대한 일정한 니즈가 있다는 점일 거다.
휴민트
씨네21에 영화 평을 기고했다.
분량상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역시 글이 공개된 후 블로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