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연말 모임도 취소된 마당에, 송년회도 ZOOM으로나 하게 생겼다.
최근 트위터에서 열린 넷플릭스, 왓챠 파티를 이용한 온라인 영화제인 FFIT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런 식의 영화제들이 좀 더 많이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나만의 방구석 크리스마스 영화제를 큐레이팅 해보기로 결심했다.
테마는 '유명한 캐롤송이 등장한 영화'들이다.
01. 스윙 호텔(홀리데이 인), 1942 (네이버 시리즈온)
유명한 캐롤송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처음 나온 영화.
이 당시 뮤지컬 영화들은 당대 유행한 대중가요를 영화에 많이 삽입하곤 했기에 처음 들었을 땐 노래가 먼저 나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영화를 위해 작곡된 곡이었다.
나중엔 영화보다도 더 유명한 노래가 되어 이 영화는 몰라도 노래만큼은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이번 기회에 영화를 보고 '사실 이 노래 그 고전 영화에서 처음 나온 거야'라며 아는 척하기도 좋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클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후반부에 위 장면이 재연되는데 멋진 클라이맥스이므로 직접 확인하시길.
02. 화이트 크리스마스, 1954 (네이버 시리즈온)
당연한 말이겠지만 할리우드는 한번 유행한 노래를 그냥 흘러두게 둘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홀리데이 인> 개봉 12년 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나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노래가 바로 이 영화에서 처음 나온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영화 자체만 따지면 더 성공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똑같이 여관이 나오고, 빙 크로스비가 주연을 맡았지만 <홀리데이 인>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홀리데이 인>을 더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이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아역들이 귀엽기 때문인지도.
참고로 이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본인이 호스트를 맡은 크리스마스 스페셜 시리즈에서 빙 크로스비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풀영상)
03.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 1944 (네이버 시리즈온)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가 처음 나온 영화. 역시 주디 갈란드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캐롤송처럼 불멸의 위상을 지니진 않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장면은 '트롤리 송' 부분이다.
04. 다이 하드, 1988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
https://www.youtube.com/watch?v=-lK_WdVqm3c
흐름상 조금 어처구니 없는 선정이라고 나도 생각하지만, <다이 하드>는 엄연히 크리스마스 이브가 배경인 영화다. 러닝타임이 131분이고, 엔딩 크레딧의 Let It Snow는 정확히 끝나기 5분 14초 전인 2시간 6분경 흘러나온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 9시 54분쯤 이 영화를 시작하면, 딱 이 장면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다. 어쩌면 개운한 출발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