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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이병현 Jun 14. 2022

2022년 5월/6월 영화통신

5~6월에 본 콘텐츠들에 대하여

영화


오즈 야스지로, <안녕하세요>

블로그에도 몇 번 썼지만, 나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참 잘 찍긴 하는데 스토리가 너무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이라서 짜증이 난다고 할까? 그런데 <안녕하세요>는 꽤 괜찮았다. 주인공이 아이들이라 그 짜증스러운 과거에 대한 향수라든가, 그런 것이 귀여움으로 얼추 가려져서 균형이 잘 맞았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길게 써보도록 하겠다.


알모도바르, <비밀의 꽃>

오랜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봐서 신났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은데, 특히 극장에서 술을 홀짝이던 남자가 밖에 나와 막춤을 추다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이 영화를 보고 아주 오랜만에 '아, 영화가 이렇게 좋은 거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많이 몰아봤다.


<범죄도시>

<범죄도시2>가 기세 좋게 관객 수 500만을 돌파할 즈음 챙겨봤다.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범죄도시2를 봐야할 텐데...

뭐 아무튼 재미는 있었다. 유머와 액션이 잘 섞인 팝콘무비로서 역할을 잘하는 영화. 각본도 잘 썼고. 주인공이 굳이 룸싸롱을 가야하나 싶긴 한데(뭐 강철중처럼 썩은 형사인 것도 아니고).


<택시 운전사>

얘기는 여러 번 들었다만 마지막 카체이싱 액션 씬(?)은 도대체가 왜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랑 택시를 이용한 카체이싱 장면이 잘 어울리지 않는데? 의도가 뭔지는 알겠다만, 의도만 전달되어서야 성공적인 장면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걸 떠나서 씨네21 별점("또 평범한 소시민의 각성 이야기야? 지겹다" 같은)을 봤는데 그렇게 혹평 받을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대안은 뭔데? 라고 되묻고 싶어지는 비평들. 이 영화가 하려는 역할이 따로 있는 거고, 이 영화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나? 난 그거면 됐다고 본다. 물론 실존인물과 거리가 있는 설정이긴 하지만, 실존인물의 행적은 영화 개봉 후에야 알려진 것이니까.

이런 이야기가 지겨웠으면 <킹메이커>(2022)는 다들 괜찮게 보셨을까? 그게 좀 궁금하다. 소시민의 각성 이야기는 아닌데.


자크 드미, <도심 속의 방>

자크 드미의 뮤지컬 영화는 <로슈포르의 연인들>이나 <쉘부르의 우산>이나 다 재밌게 봐서, 이것도 그런 영화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앞선 두 영화들과는 달리 딱히 군무나 노래가 확실하게 계산되어서 나오는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니라, 그냥 모든 대사를 노래처럼 말하는 그런 뮤지컬 영화였다. 내가 별로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 타입이 아닌지라 보기 힘들었다.

그보다 실제 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인지가 보는 내내 궁금했다. 그게 아니면 영화의 정서가 설명되지 않을 것 같아서.


<죠스>

넷플릭스의 <영화보기의 미학>이라는 시리즈 1화가 <죠스> 얘기이길래 아주 오랜만에 다시 봤다. 봐도봐도 재밌는 영화니까 부담도 없고. 그런데 <영화보기의 미학> 1화의 여성주의적 주제와 <죠스>는 좀 핀트가 어긋나지 않나? <죠스>도 <영화보기의 미학> 1화에서 비판하는 그런 영화들(사춘기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과 비교했을 때 딱히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영화의 첫 장면부터가 벌거벗은 여성을 상어가 물어뜯는 장면이잖아요? 앵글도 노골적이고...전 잘 모르겠네요. 스필버그 올려치기가 아닌지? 아님 과거미화든가.


<브로커>

고레에다가 쓴 각본이 아니었으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작품. 역시 사람은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이걸 보느라 사용한 내 시간과 돈이 아깝고, 이걸 만드느라 사용된 관련자들의 시간과 돈도 아깝다. 찾아보니 가디언과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혹평을 했던데, 나 역시 그것과 별반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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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도박마: 거짓말 사냥꾼 바쿠>

<오징어게임> 흥행 이후 비슷한 장르의 콘텐츠들을 쭉 섭렵하는 중인데, 지금까지 본 작품 중에서는 도박마가 단연 최고다. 트릭이 매우 마니악한 수준으로 복잡한 데도 화려한 그림이나 액션씬, 그리고 감정묘사를 통해서 대중적 면모를 놓치지 않고 있다. 머리를 쓰면서 봐야하는 만화인데도, 머리를 비우고 봐도 재밌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라면요리왕>

원래 라멘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 만화 보면서 라멘을 하도 먹어서 건강이 안 좋아질 지경이다. 아무튼 주인공이 자꾸 룸싸롱(캬바레)을 가는 것이 거슬려서 그때마다 집어던지고 싶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읽을 만한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라멘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중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들이 많아서 더 재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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