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인도 뉴델리 근처에 쌓인 어둡고 불결한 쓰레기 더미에서 우글거리는 쥐떼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놀랍게도 카메라는 이들을 중립적인 시선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이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도 않고, 반대로 '라따뚜이'나 '미키마우스'처럼 귀엽거나 불쌍한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도 않게 찍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다른 모든 대상을 향해서도 적용된다. (다큐에서 제시한 바로는) 공기 오염과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연일 추락해 부상을 입는 솔개를 자발적으로 구조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 남성을 좇는 이 다큐멘터리는 심지어 솔개조차 그다지 감정이입 가능한 대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구조자의 안경을 낚아채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둥지 근처에 있는 인간을 공격하는 솔개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을 보여주는 '비채식 맹금류'일 뿐이다. '외계에서 찾아온 공격적 파충류'라는 영화의 표현처럼, 표정을 읽어내기 힘든 동그란 눈동자는 솔개를 향한 관객의 동정심을 차단한다.
실제로 영화는 쥐떼에 이어서 두꺼비, 지네, 구더기, 도마뱀, 멧돼지 등 일반적으로 인류가 본능적 혐오감이나 공포증을 느껴온 동물을 대상으로 클로즈업을 단행한다. 대체로 축축한 물의 이미지와 결부된 이들은 솔개와 차이없이 동등한 이미지로서 등장하는데, 이것은 솔개 역시 물의 이미지와 결합되는 장면이 있다는 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동물(자연)을 과도하게 낭만화하지 않는 카메라의 시점이 발현된 근본적 이유는, 역으로 인간(문명)을 이와 동일한 냉철한 시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기생충을 잡기 위해 담배꽁초를 이용하는 솔개의 창의적인 도구 활용 능력을 보며, 영화 속 인물은 "이제 인류의 문명은 솔개에겐 하나의 자연이 됐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매연을 내뿜고, 때로는 종교를 이유로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배제하는 (*영화에서 '2020년 델리 폭동 2020 Delhi riots'이 주요 사건으로 다뤄진다) 인간 역시 어쩌면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솔개와 다른 모든 '숨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카메라의 평등주의라 할 만하다.
키워드: #뉴델리 #동물구조 #솔개
한 줄 감상평: 본능적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그렇게 보이지 않게 찍을 줄 아는 놀라운 카메라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 (상처가 나는 근본적 이유는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의미없는 일이라 해도, 눈앞에 누군가의 상처가 보이는 한 반드시 반창고를 붙이고야 마는 운동가 스타일인 분께 추천. 주인공이 꼭 그와 같은 사람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