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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이병현 Sep 23. 2024

잊혀진 공포의 그림자, <에이리언: 로물루스>

씨네21 (1)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연대기적으로는 <에이리언> 오리지널 시리즈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 이후의 작품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을 하나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영화 속 ‘에일리언’이 기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프리퀄 시리즈에서 ‘제노모프’의 기원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리퀄 시리즈가 인류의 기원과 함께 제노모프의 기원을 파고들기 시작하며 1979년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이 괴물의 신비함이 많이 희석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페데 알바레스 감독은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익숙한 공식을 극에 끌어들인다. 먼저 남루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누구도 그들을 도울 수 없는 고립된 공간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청년 무리가 있다. 이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현실을 탈출할 수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법에 어긋나는 일(절도)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이 고립 공간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라 살육자가 지배하는 곳이었음이 밝혀진다. 청년 무리가 공간에 진입한 이후 살육자가 잠에서 깨어나고,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 살육자는 시각이 없는 대신 소리만으로 희생자를 추적할 수 있는데, 끔찍하게도 살육자의 최종 목표는 희생자를 ‘임신’시키는 것(!)이다.

어딘가 친숙한가? 이는 감독의 전작인 <맨 인 더 다크>를 요약한 내용으로, 위에 나열한 설명은 <에이리언: 로물루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요컨대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맨 인 더 다크>다. 단지 여기에 <에이리언> 시리즈를 향한 애정 어린 윙크가 추가됐을 따름이다. 페이스허거에 시각이 없다는 설정이 (영상물 중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언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알바레스가 이 시리즈를 자신의 ‘홈그라운드’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방증이다.


(이어서)

http://cine21.com/news/view/?mag_id=105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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