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이든 돈에 대한 생각만큼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선택에는 얼마큼의 돈이 필요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그런 생각들로 골머리를 앓아야만 하는 삶을 살아간다. 하루 세 끼 밥은 어떻게 하고, 교통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달 카드값, 통신비, 내일모레 다녀와야 할 결혼식 축의금은 얼마를 낼지... 돈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나마 수면 중일 때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마저도 모순적이게도 사람들은 로또 당첨과 관련된 꿈을 꾸기를 소망하기도 하니,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이든 돈에 얽매여 있는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처지이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그러길 마찬가지인데, 백수인 나라고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 처음부터 물음표조차 찍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 셈이다.
그래, 백수인 내가 훨씬 더 그런 쪽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노릇이니, 어떠한 사소한 선택에서도 돈돈거리면서 일일이 따졌던 나날이 분명 있었다. 2년이라는 뒤엉킨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 무감각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모든 순간들이 다 돈인데, 통장에 찍히는 돈은 없다. 퇴직금은 끝도 없이 갉아먹히거나 어느 코인엔가 처박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 게다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집에 붙어 있는 심정 역시도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다.
처음 퇴사를 마음먹었을 때에도 그러했다. 자고로 퇴사란, 미래의 가난을 기꺼이 걸어가겠다는 의지의 표시이자 하나의 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험난한 비포장 도로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필수적으로 구비해 두어야 한다. 게다가, 나처럼 뚜렷한 계획도 없이 당장에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필수 안전장치란 무엇이냐- 하면, 바로 '투자'였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경찰 공무원에 합격한 뒤에 잠시 동안 몸을 담았던 중앙경찰학교 시절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차 경찰이 되어 겪어 나갈 업무에 대한 수련을 해야 마땅한 곳에서 나는 경제를 배웠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상냥하고 소박하신 분들로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고마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해서는 그 어느 것 하나 나에게 일러준 적이 없었다. 내가 아직 어렸던 시절, 아버지께서는 IMF를 겪으면서 돈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고, 돈으로 어떠한 도전적인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셨다. '안정'이라는 두 글자를 우리 두 형제에게 늘 강조하셨고, 나와 형의 무의식 속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단어가 선명하게 박혀 들어왔다. 그 두 글자를 깨기까지 나에게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그전까지 나는 부(富)를 악이라고 여겼으며, 주식은 도박이며, 사업을 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진리처럼 여기며 살아갔다. 그런 고정관념을 가까스로 깨부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 여러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 계기가 되어준 배경이 바로 중앙경찰학교였다.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연인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냈어야 마땅한 날에 나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하여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했다. 한창 번성하고 있던 코로나로 인해 학교 측이 교육생들 간의 전염을 우려하여 입교일을 급하게 앞당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몇몇 교육생들이 코로나에 감염된 채로 학교에 들어왔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2주간 각 방에 틀어박혀 격리 조치를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그 기간 동안에 경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은 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준 책이다. 이전까지 아버지로부터 받아왔던 돈에 대한 관념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데에 망치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장담한다. 그 망치로 내 머리를 스스로 수차례 내리치며 이 험난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너무나도 순진하게 살아왔었다는 사실을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돈을 바라보리라 다짐하던 찰나, 같은 방에 머물고 있던 동기 친구로부터 한창 뜨거운 감자였던 코인에 대해 전해 들었던 것이다.
"혹시, 코인 아세요?"
그 한마디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나는 돈으로 돈을 복사한다는 말이 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스스로 그런 경험을 해내면서 마침내는 그 말을 신봉하게 되었다. 나는 교육생 신분으로 받을 수 있는 한도 내 대출을 받아 코인 투자를 감행했고(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두 배, 세 배 정도까지 그 금액을 불리는 데에 성공했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 나에게 제대로 찾아와 준 것이었다. 2020년 말, 2021년 초 당시에는 '코인을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모든 가상화폐들이 널뛰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하루에도 100% 이상 가격 상승을 달성하는 코인들이 두세 종목은 무조건 있었고, 한두 달에 걸쳐 종합해 봤을 때 가격 상승률이 10배가 넘는 코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스마트폰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코인을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실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통장에 돈을 왜 넣어? 코인 하나에 넣어 놓으면 자고 일어나면 두 배 세 배가 넘어가는데? 그런 세상이 '정말로' 존재하긴 했었다.
하나, 우리의 삶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초심자의 행운은, 어디까지나 초심자일 때에만 반짝하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제대로 자각할 수 없었기에 내가 그 당시에 초심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겠지. 어쨌거나 당시의 나는 그 행운을 행운이라 여기지 않고 나의 순수한 실력이라 믿었고 뒤늦게 투자의 재능을 깨달았다는 듯 오만한 태도로 돈을 다루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런 태도들이 우리 삶에서 문제가 되는 법이다. 나는 그 당시 복사해 두었던 돈을 다음 해에 고스란히 모두 시장에 반납했고 거기에 더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대출을 받은 뒤에 그마저도 손실을 기록 중이었다. 매일매일 처참한 심정으로 출퇴근을 반복하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어쩐지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생겨났다. 바로 거기서부터 나의 진정한 투자 생활이 막을 올리게 되었다.
초심자의 행운에 뒤이어 찾아온 초심자의 절망을 모두 복구하는 데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 분석 방법부터 시작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주식 공부를 해 나갔고, 기술적 분석 방법인 차트에 매달려 나름대로 투자의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능력을 획득할 수가 있었다. 여전히 시장 한가운데 서 있노라면 스스로의 실력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기는 하지만,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기는 했다고 봐야겠지. 어쨌거나 나는 돈으로 돈을 불리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할 수 있었고 그런 은근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땅히 퇴사라는 길로 나아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직장의 연봉만큼은 벌어들일 수 있겠지- 그런 심정으로 퇴사를 감행했고 실제로 작년 수익률은 딱 그 정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달성할 수가 있었다. 실은, 좀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했지만, 경제적 빈곤을 겪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 앞선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결국 한 순간에 닥친 경제적 위기로 나의 백수 생활은 장차 큰 격변기를 맞이하게 되긴 했지만, 그 역시도 또 다른 발판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아슬아슬한 안전장치 하나에 의지한 채 글을 써 내려가고, 책을 읽으면서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곳에 마땅히 쏟아붓고 있다. 조만간 청산하게 될 백수 생활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발판은 구비해 둘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이 발판은 내 삶 속에서 나름대로 지지대가 되어줄 것이라 믿으면서 관리해 나가야겠지.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딱 한 가지 가까운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면 바로 투자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 나가든 이 사회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 돈에 대한 공부는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낭만만을 좇으며 다짜고짜 뛰어들기에, 자본주의라는 사회는 꽤나 냉혹한 곳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