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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Jul 20. 2022

2. 승진은 달콤했지만 뜻밖의 실직 스트레스

하던 일이 갑자기 사라져 초조했다

승진 발표가 났던 당일, 드디어 원했던 승진을 했다는 기쁨에 바로 팀장님과 실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축하한다고 모인 팀 사람들과 함께 티타임을 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화면 가득히 축하 쪽지와 메신저 메시지로 반짝이고 있었다.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일이 없기에 기쁘게 확인하고 답장을 드리느라 바빴다. 

승진 발표 이후에는 그렇게 축하 인사에 답신을 보내다가 하루가 끝났다.

마침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발표가 났기에 그 해의 연말 모든 송년회에서 축하를 받았고, 축하를 받은 만큼 돈을 썼다.

그렇지만 누락하지 않았다는 기쁨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던 뿌듯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19년 1월 1일이 되었다. 나이 서른이 되었고, 서른에 대리가 되었다.

승진 발표가 나고 한창 축하를 받을 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해가 바뀌고 업무 메신저나 명함에 대리가 붙은 걸 보니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대리님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낯설었다. 아직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 같았다.

승진의 기쁨은 발표 후 승진 전까지만 유효했다.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짧은 유통기한이었다. 

내가 받는 실수령 월급에 극적인 변화도 없었기에 더욱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승진을 축하한다고 연락을 주셔서 같이 식사를 했던 타 조직의 실장님이 이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대리가 되었으니 자기만의 강점을 갖는 게 중요해."

"대리지만 과장과 같은 책임과 시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어."


자기만의 강점, 과장과 같은 책임과 시야, 그 단어는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보다도 훨씬 낯설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씩씩하게 알겠다고 말했다. 내가 대리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왜 승진을 했는지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졌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님은 나를 불러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하셨다. 작년에 했던 일과는 또 완전히 다른 성격의 업무였다.

새로운 일은 언제나 맡기 전에 걱정이 드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미 작년에 너무 힘들었기에 이보다 더한 바닥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담담한 마음으로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회의에 참석하고 자료를 정리하며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실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순간, 심각한 얼굴로 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나에게 부탁했던 일을 다른 팀에서 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곧 다른 일을 주겠다고 하셨다.

한참 그 프로젝트를 가지고 어느 팀에서 해야 하냐로 논쟁이 심했는데 결국 다른 팀에서 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여유 기간이 생겨서 오히려 좋다고 반응하겠지만, 당시의 나는 승진 이후 또 어떤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그게 나 때문이 아니라 조직 간의 이슈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빠르게 다른 일을 맡기실 거라고 생각했던 팀장님은 이후로 따로 연락이 없으셨다.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보냈어야 했는데 당시의 나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잠깐의 실직 상태가 1~2개월 정도 흘러갔고, 나도 슬슬 해탈하려는 찰나에 팀장님이 다시 나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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