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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Aug 05. 2022

9. 지나온 모든 일이 연결된다

모든 일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팀원 한 분과 티타임을 가지던 중에 대학교 때 전공이 뭐였냐는 질문을 받았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과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우와, 그러면 지금 하시는 일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으셔서 준비하셨던 건가요?"

"......."


이야기를 읽었다면 이제 알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사실 통계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재수로 수능을 봤을 당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어떻게든 이번에는 학교를 들어가야겠다는 일념으로 경쟁률이 낮은 곳에서 고민하다가 선택한 과였다.


그렇게 선택한 통계학에 쉽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왜 공부해야 하는 건지 방황하다가 성적이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해 급하게 복수전공을 했던 게 컴퓨터 과학이었다.

그리고 복수전공을 하필 3학년에 시작해서 학점을 채워야 하다 보니 정식 순서대로 강의를 듣지 못해 컴퓨터과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두 개의 전공 학점 평점 평균을 그래도 3.5는 맞춰보자고 쫓기듯이 수업을 듣다가 어느새 4학년이 되어 있었다.

4학년이 되니 주변에서는 이미 취업을 성공했거나 열심히 취준을 하고 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취업스터디에 가입했던 게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어떻게 보면 직선으로 올 수도 있었던 커리어인데, 나는 그 직선을 마치 원뿔 모양으로 오래 돌고 돌아서 도착한 모양새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까지 적었던 이야기를 압축해서 설명을 드렸다.


"그래서 사실은 하나도 의도한 게 없었어요. 삽질을 많이 했죠."

"전공이랑 지금 하시는 일만 보면 완벽하게 연결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으셨다는 게 신기해요."

"맞아요. 누가 보면 정말 계획한 줄 알 것 같은데 그게 아니죠. 조금 억울하기도 하네요."


시행착오를 덜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게 되었을 거라면 공부할 때 미리 알았다면 좋았겠지.

그런데 그것도 결국 나의 잘못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대학교 시절에 공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방황하다가 다른 경험은 해보지도 못했던 게 잘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무엇이 됐든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해봐야 한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을 뒤늦게 깨닫고 동생에게 열심히 열변을 토했던 것 같다. 너는 나처럼 허송세월을 보내다 늦게 깨닫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 스티브 잡스의 명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점과 점을 잇는 선'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제가 대학에 있을 때는, 미래를 내다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0년 후에 뒤돌아 보니, 그것은 매우 분명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금 여러분은 미래의 점들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단지, 현재와 과거만을 연관 지어 볼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여러분은,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가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이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쉬움은 있지만 그 감정을 오래 붙잡지 않기로 했다. 그때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그리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기대하기로 했다. 지금 내가 남기고 있는 어느 순간의 지점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 새로운 나를 향해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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