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회사는 회사, 나는 나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 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어느새 나는 8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3년 전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승진 대상자가 되었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대리가 아니라 과장이라는 점이다.
예전 같았다면 누락하지 않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일의 모든 요소에서 스트레스를 수집하고 있는 내가 있었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르다.
물론 승진하면 당연히 월급의 실수령 금액이 올라간다. 대리 승진 때보다 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절대 돈만 올려주지 않는다. 그만큼 책임감을 얹는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월급을 올려줬으니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에서 먼저 승진한 선배들이 각자의 무게와 책임을 안고 업무를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과연 감당이 가능한가 싶다.
또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승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나의 평가 결과와 당해의 승진 TO와 인사관리자의 성향 등등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 중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내가 아무리 무리해서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실제 위에서 바라본 성과가 어떤가에 대해서부터 예측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에는 낭비할 체력과 정신력도 없다.
회사에는 항상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가까운 동기가 그럴 수도 있다. 당연히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잘 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켜보면 된다. 분명 그런 사람들은 잘 나가는 이유가 하나쯤은 있다.
그런 이유가 없이 순전히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보다 운이 좋았던 거겠지.
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흘려보내는 게 낫다.
다만 내가 너무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라면 억지로 남아서 참지 말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억울하다고 느낀다는 건 다른 곳에서는 내가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길을 걷자고 생각한다.
나의 주어진 일에는 아쉬움 없이 최선을 다하면서, 회사에 무언가를 바라는 수동적인 입장보다는 내가 원하는 걸 찾아보는 능동적인 입장이 되어보자.
회사가 내 삶에서 너무 크게 느껴진다면 일상에서 다른 일을 하는 순간을 키워본다.
회사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업무 시간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내가 회사를 다니며 가진 목표는 '최선의 협조를 하는 것'이다. 같이 일했던 사람에게 일하기 좋은 사람이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안정적인 월급도 있지만 나의 부캐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정의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글감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최근 팀장님과 상반기 평가 면담을 했다. 평가 결과를 주시면서 솔직히 올해 승진 대상자이지만 장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팀장님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있는 말을 글에서라도 외쳐본다.
괜찮습니다. 저는 승진은 됐고, 워라벨이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