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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Sep 08. 2022

8. 회사원은 나의 부캐일 뿐이야

그러니 부캐를 본캐라고 착각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그동안에는 일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니까. 일 외의 시간에는 다른 걸 하기가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가 그 생각을 크게 바꿨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겨났고, 그 정책으로 인해 평생 경험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되고 재택근무도 하니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다.


하루 일과가 출근 시간 직전에 눈을 떠서 재택근무를 하는 걸로 시작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끝나면 멍하게 있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재택근무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집을 벗어나지 않으니 풀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느꼈다.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코로나 시국을 이렇게 보내면 우울함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취미가 있을까 열심히 찾다가 항상 연말에 결심하고 연초에 미루기를 택한 '글쓰기'를 발굴해냈다.

매일 뭐든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찾았다. 마침 프립에서 한 달 쓰기 프로그램을 찾아서 바로 참여하게 되었다.

30일 동안 매일 한 개의 글을 쓰면서 그냥 컴퓨터에 저장만 하지 말고, 블로그를 열어서 써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가장 활용하기 쉬운 네이버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 쓰기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도 열심히 하루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적어서 올렸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를 쓰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 매일 나의 일상이 그리 특별할 게 없는데 어떻게 한 줄이 아니라 한 페이지를 쓸까.

그런데 계속 고민하면서 섬세하게 포착했다. 잠깐이라도 내 머릿속을 스쳐갔던 생각, 무심결에 마셨던 커피의 맛, 나를 기분 좋게 했던 샴푸의 향기 등 디테일하게 접근하니 쓸 내용이 많아졌다.


그래도 가끔 쓰기 힘든 순간들은 나를 자주 찾아왔다. 그래서 '독서'를 하기로 결심했다. 책을 읽고 후기를 쓰면 할 이야기가 늘어날 테니까.

그렇게 매일 무엇을 쓸까 고민하기 시작하니 평소 회사 업무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빨리 잊게 되고, 일과 삶의 스위칭이 빠르게 되기 시작한 것을 체감했다.

어느새 글쓰기는 나의 일상에서 가장 편안한 취미가 되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로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다.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섬세하게 기억하기 위해 애쓰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의 글이 쌓이면서 이웃도 늘어났다. 이웃들 중에는 직장 이외에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또 단순한 취미와 관심사를 넘어서 직장을 대신할 정도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봤다. 


그걸 보면서 나는 왜 회사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에게는 회사원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나의 삶의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주어진 삶, 그리고 하루의 시간을 그저 회사원이라는 모습으로만 가지고 사는 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그래, 회사원은 부캐여야만 한다. 나에게는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

다른 캐릭터가 있어야 회사원으로서의 나 역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가 생긴다면, 회사원으로서의 나는 스트레스로부터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계속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글을 써서 당장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의 회사 생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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