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되, 나를 빼앗기듯 소모하지 않는 게 정답인 것 같다
2019년 연말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승진 누락 소식으로 인해 다른 때의 연말보다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 같다.
그리고 팀장님이 실장님이 되셨고, 팀 내부에서 새로운 팀장님이 탄생해 사무실 내부 분위기는 부산스러웠다고 한다.
다만 외부에서 근무하던 나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새가 없었다.
조용히 일에 전념하며 외부 근무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새로운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실장님이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 하니, 따로 시간을 냈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바로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괜찮은 장소를 찾아 예약했다.
갑자기 실장님이 왜 팀장님과 셋이 저녁을 먹자고 하시는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1차 장소에서 만나 반주를 하는 동안에는 크게 말씀이 없으셨다.
그런데 2차로 장소를 옮겼을 때 나에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는 지금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지금 PM (프로젝트 매니저) 대신 관리 업무를 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새로 만들어질 프로젝트의 관리 업무를 맡는 것이었다.
대리 2년 차에 바로 프로젝트 관리를 맡기는 건 너무 빠른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잠시 고민한 후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관리 업무를 맡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일은 이미 현재 PM이 해놓으신 게 무척 많았다.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신한다는 부분도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시행착오를 많이 겪더라도 처음 하는 일의 관리를 맡아서 내가 만들어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정체를 확인하니 내가 팀을 옮기고 처음 만났던 고객사 담당자가 기획해서 요청한 건이었다.
그때 기획하면서 같이 일했던 나를 기억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실장님 및 팀장님께 부탁하신 것 같았다.
마침 팀장님과 실장님이 나에게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시키고 싶어 하셨던 타이밍에 맞았던 것이다.
그래서 두 달 후에 외부 근무지에서 사무실로 돌아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혼자 일을 진행하거나, 조금 큰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 들어갔던 것과는 성격이 달랐다.
팀원 세 명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였다. 그 무게가 조금 남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들은 아래와 같다.
1) 내가 설명하는 것과 상대방이 이해한 것에는 항상 차이가 있다
- 그 갭이 크냐 작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무조건 이해도는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상대에게 완벽을 바라기보다는 빠른 피드백을 바라는 게 맞다.
2) 결국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 그동안 혼자서 일을 만들어가는 게 익숙했던 거지만, 사실 회사의 모든 일들은 여러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제 역할을 다해야 이뤄진다는 것을 비로소 체감했다.
3) 아무리 힘을 쏟아도 될일될이다
- 아무리 당시에 주목을 많이 받고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끝나갈 즈음에는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처음에 주목받지 않던 일이 갑자기 급부상할 때가 있다.
업무 성과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리를 하더라도 결국 윗선에서 주목받을 일이 아니라면 보고조차 되지 않는다.
예전 팀장님이 말씀하셨던 "일은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그제야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2020년에도 야근을 많이 했지만 점차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혼자 전전긍긍하면서 무리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