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을 일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했다
칭찬 게시판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열심히 게시판의 남은 글도 꼼꼼하게 정독했다.
지금까지 칭찬을 받은 사람들을 보니 최소 2~3년 이상 재직한 대리 이상 직급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열심히 찾아봐도 사원급이 칭찬 게시판의 주인공이 된 사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고, 특히 입사한 해에 바로 칭찬 직원이 된 사례는 전무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봐도 회사에 한창 적응하고 있을 신입 사원을 칭찬해줄 일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처음 힌트를 받게 되었던 건 내가 소속한 팀 업무 그룹의 그룹장님과 티타임 겸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그룹장님은 그룹 내 새로운 막내이자 유일한 여직원이었던 내가 혹시 잘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하셔서 수시로 소통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쁜 와중에도 신입을 위해 그런 노력을 기울여주신 거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변을 산책하면서 그룹장님은 나의 수습평가를 진행했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입사 후 3개월까지는 수습인 상태고, 회사 내부에서 평가 절차가 있지만 워낙 나쁘게 특출 나지 않은 이상에야 큰 이슈없이 넘어간다고 들었던 적이 있었다.
수습평가를 진행하면서 나와 같이 일하게 된 사수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빠르게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한다.
빠르게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느낀 부분이 뭘까, 조금 갸우뚱하고 있을 때 그룹장님이 덧붙여 말씀해주셨다.
"항상 이야기해주는 내용도 열심히 정리하고, 본인이 챙겨야 할 일들을 배운 후에는 다시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서 잘 챙긴다고 하던데?"
일단 사수가 나에 관해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놀라웠다.
사수는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과차장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다른 사원 선배들한테도 장난기 많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막상 나와는 그리 대화가 없었다. 우선 내가 사수를 너무나 어려워하는 게 보여서 그랬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옆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일 외에 사적인 대화를 나눈 일이 없었다.
가끔 대화가 나오려고 해도 단답형으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 분명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을 같이 하는 사수라고 생각하니 다른 선배들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렵게 만든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수 입장에서는 내가 너무 숫기 없고 무뚝뚝해 보였을 것 같고, 그래서 나에 관한 피드백을 저렇게 자세하게 말해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회사에서 외향적이고 인싸의 기질을 가진 사람만이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칭찬을 받기가 쉬울 거라고도 예상했다. 그런데 그룹장님이 해주신 이야기는 나에게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잘 챙기는 것으로도 신입은 기꺼이 칭찬을 받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