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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Jul 20. 2022

2. 자네 목표가 뭔가? 임원 말고 칭찬직원입니다

신입사원의 목표는 금주의 칭찬직원!

칭찬 게시판을 클릭해보니 다른 게시판과 달리 글 제목에 반짝 빛나는 별 이모티콘이 가득함과 동시에 어떤 분을 칭찬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글이 수두룩했다. 

가장 최근에 올라와있던 글을 클릭해서 읽어봤다. 글을 올려준 사람이 왜 내가 그 사람을 칭찬하게 되었냐에 관해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적어준 내용이 가득했다.

정성을 담아 칭찬한 글 내용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그 글에 많은 사람들이 달아준 댓글이었다. 

댓글로도 동의한다고, 자신도 칭찬한다고 모여든 분들을 보고 칭찬을 받은 당사자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상상해보게 되었다.


이 게시판에는 일주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칭찬글이 올라왔다. 

이번 주에 칭찬을 받은 사람이 한 주 동안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그리고 다음 주에 칭찬을 받을 사람을 정해 글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처음 읽었던 그 글 내용이 좋아서 다른 칭찬글도 계속 읽어나갔다. 

물론 칭찬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칭찬하는 분에 관해 긴 글을 쓰는 번거로움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칭찬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오는 주인공이라면,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정성스러운 칭찬을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때 머릿속에서 스위치가 눌려 전등이 반짝 빛났다. 

낯설기만 했던 회사에서 처음으로 원하는 게 생겼다. 바로 이 칭찬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오는 직원이 되는 거다. 

사무실에 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머릿속으로는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와 뿌듯해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당시 같이 입사한 동기 사원들끼리 임원분들이 불러 점심과 저녁 등 식사를 사주시거나 티타임을 갖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리고 그분들은 항상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그래, 입사했으니 이제 자네의 목표가 뭔가? 회사에서 뭘 이루고 싶나?

야심이 넘치는 동기는 언젠가 저도 누구 이사님처럼 임원이 되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조금 더 현실적인 동기는 열심히 조직에 기여해 빠른 승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앞서 대답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금주의 칭찬직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혼자 간직하며 되새겼다.


그리고 금주의 칭찬직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칭찬게시판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욕심을 담은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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