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 취업스터디부터 장벽으로 느껴졌다
어느새 직장인 8년 차가 된 내 모습을 아마 2013년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2013년의 나는 어쭙잖게 취업을 도전했다가 마주한 뜻밖의 커다란 창피함에 그만 포기한 적이 있다.
커다란 창피한 일을 느꼈던 사건은 바로 교내에서 모였던 취업스터디에서 발생했다.
4학년이 되었으니 당연히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 교내에서 같이 스터디를 하자고 모집한 카페 글을 보고 빠르게 연락했었다.
취업스터디니까 각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오는 과제가 있었다.
그동안 써본 적이 없었기에 머리를 쥐어 싸매다가 스스로 한탄했다. 이력서 안에서 보이는 빈칸들이 꼭 나의 무능력함을 비춰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의 문항은 왜 이렇게 답할 경험이 없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쓸 수 있는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 경험까지 끌어다가 썼다.
다들 취업스터디는 처음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던 내 예상은 첫 스터디 모임에서 처절하게 박살 났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돌려보면서 서로 첨삭 피드백을 주자고 했다.
그래서 서로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교환하며 읽는데, 읽을수록 점점 눈동자가 커졌다.
해외에서 인턴을 하고 온 분도 있었고, 창업 경험을 보유한 분도 계셨다. 공모전 수상 경험에 대외 활동으로 빼곡하게 빈칸이 없는 이력서도 봤다.
그러니 자기소개서도 그런 경험을 담아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각자 가고 싶은 회사와 직무가 무척 뚜렷했다.
나는 이력도 소개할 경험도 부족했고, 그리고 당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와 직무가 없었다.
이제 취업 자체를 알아가는 수준으로 스터디에 왔는데, 알고 보니 나만 빼고 이미 준비된 사람들이 모여서 피드백을 나누기 위해 모여있었다.
당연히 나를 빼고 서로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의 피드백이 원활하게 오갈 수밖에 없었다.
빈칸이 많고 고등학교 경험을 끌어다 쓴 나의 자기소개서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꿀 먹은 벙어리로 스터디를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마침 퇴근 시간대라 지친 얼굴로 지하철에 서있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많았다.
취업의 문을 두드려보기도 전에 스터디에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은 듯한 나에게는 그 지친 기색의 모습도 부러웠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는 취업조차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처음 도전하려고 했던 취업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