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답을 도서관에서 찾다
나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줬던 취업스터디는 그만뒀냐고 한다면, 그러지 않았다.
다만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미 나보다 한참 앞선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고, 지금의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찾아 그걸 푸는 게 중요했으니까.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한탄하기도 했지만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벌써 4학년이라 졸업이 머지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의 같은 학번 동기들이나 후배들의 페이스북에 올라오기 시작한 합격 소식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우선 내가 어떤 직무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이 먼저였다. 나는 뭐가 하고 싶지? 무엇에 관심이 있지?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서 고민해봐도 내가 가진 정보가 없으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발길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독서는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공부하러 가는 것보다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자주 갔다.
일단 나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교양서적들을 찾아보고, 이후에 취업에 관한 책들도 차근차근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책들 속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빅데이터의 충격'이라는 교양도서였다.
홀린 듯이 책을 꺼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겨 읽었다.
앞으로 빅데이터 시대가 다가온다. 예전에는 대량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이제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동안 회사마다 그저 모으기만 했던 데이터를 정리해 분석하는 게 화두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해당 분야는 점점 사람이 필요할 거라는 이야기를 책에서 다루고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푼다는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에 그 일에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궁금해 계속 책을 넘겨봤다.
IT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가공해야 하기에 컴퓨터 과학 관련 전공 지식이 필요하고,
그와 더불어 처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통계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때마침 나의 전공이 통계학이었다. 그리고 원서를 쓸 때 예상했던 것보다 입학 후 훨씬 어려웠기에 통계학만 전공하면 학점도, 그 이후의 미래도 큰일이 나겠지 싶었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게 복수전공이었는데, 당시 경쟁률이 높은 경제나 경영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당시 나의 상황에서 복수전공이 가능한 과는 컴퓨터과학과가 유일했다. 통계학의 어려움을 덜어내 보자고 시작한 복수전공도 만만치 않았지만 어떻게든 평점 3.5까지는 버티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연의 일치로 정확하게 필요한 지식을 내가 모두 공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건 완벽하게 운명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고민의 답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