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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북 Jul 20. 2022

3. 나도 모르게 어느새 완성된 자소서

이력서의 빈칸을 채웠던 시간, 길을 만들다

드디어 가고 싶은 방향을 정했으니 그 방향에 맞춰 길을 만들어야 한다. 

빅데이터를 공부하기로 했으니 충분한 경험을 쌓기 전까지는 취업을 생각하지 않기로 정했다. 다행히 필수 이수 학점은 모두 채워가고 있었으니, 1학기가 지난 후 2학기부터는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했다.

물론 보통 막학기에는 시간표 여유가 있으니 다들 취준의 길로 가지만, 시작이 늦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이 없이 학교를 다닐 때와는 달랐다. 처음으로 스펙업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들어가 빅데이터 관련 대외 활동을 찾아봤다.


당시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은 게, 마침 모 대학교 교수님이 빅데이터를 공부하는 연합동아리를 만들고자 준비하고 계셨다.

그래서 1기를 모집중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찬 밥 더운 밥 따질 필요없이 바로 지원했다. 다행히 첫 기수를 뽑는 일이라 지원자가 얼마 없었기에 교수님과 인사만 나누고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한 후에 오리엔테이션에서 기수 공동 대표 중 한 자리를 지원했다. 대외활동이 처음이었지만 열심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아리를 만든 후에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었다. 첫 기수였기에 우리끼리 알아서 계획하고 공부해야만 했다. 

교수님이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들어왔던 사람들은 한두명씩 나가기 시작하고, 얼마 없는 남은 사람들끼리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어렵게 1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공동 대표 둘이서 상의를 했다. 2기를 모집해서 운영진을 만들고 새롭게 커리큘럼을 짜서 시작하자고.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2기 모집글을 올리고 난 후 지원자의 메일이 쌓였다. 250명이 넘는 지원자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류와 면접 과정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점차 빅데이터가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새로 모집한 2기에서 운영진을 뽑은 후 다같이 공부할 내용을 정했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조별로 서로 발표를 하고 토론하며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이기에 참여하면서 더욱 의미가 있었고, 특히 그때 사람의 소중함을 알았다.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어져있었던 이력서의 항목이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덕분에 대외활동 경험이 생겼다. 조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우리끼리 컨퍼런스 준비도 하며 협업 경험도 생겼다. 동아리 사람들끼리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까지 했다.

이제 회사에서도 조금씩 빅데이터 관련 인력을 뽑기 시작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인턴 공고가 나기 시작했고, 동아리 활동에 소홀하게 될까 망설였지만 주변 친구들의 설득으로 두 곳을 지원했다.

서류에서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두 곳 모두 면접까지 가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무척 신기한 일이었다.

덕분에 이력서에 누구나 한 줄 쓰고 싶어했던 인턴 경험까지도 만들 수 있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동아리 활동도 어느새 기수 수료가 되었고 두 달 간의 인턴 기간도 끝났다.

그때 나는 한번 포기했던 취업을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빈 공간이 많았던 이력서가 어느새 채워졌고 자기소개서에도 쓸 수 있는 경험이 많아졌기에 전보다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취업을 도전하려다 포기하고 나서 1년 6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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