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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국화 Nov 22. 2023

나의 ‘시니어 부캐’ 만들기

윤석윤,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

언어의 변화는 시대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언제부터인가 ‘시니어(senior)’라는 단어가 ‘고령층’, ‘실버’ 등을 대체하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 ‘시니어 팬덤 문화’ 등이 그것이다. 연령 기준이나 신체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아닌 완곡한 의미의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기대수명이 증가하였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시니어 라이프’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윤석윤의 에세이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북바이북, 2022)는 이에 대한 하나의 좋은 대안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부캐’를 ‘시니어 지식 노동자’로 정의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연인으로서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본캐’)와 중년 이후 새로이 선택한 프리랜서 강사이자 작가로서의 이야기(‘부캐’)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간다.     


저자의 삶에서 본캐와 부캐가 만나는 교차점은 글쓰기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던 그는 다양한 직장을 거치다가 50대 중반에 이르러 글쓰기를 만난다. 글쓰기는 그가 자신의 생애사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 강사로의 활동은 근로소득을 가져다주는 그의 새로운 업(業)이 되었다.      


산뜻하고 댄디한 필치로 풀어낸 스무 편 남짓의 에세이에서 저자는 삶과 일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다. 저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IMF 경제 위기를 지나 이제는 3대를 이룬 자신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본다. 또한 이 책의 부제가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슬기로운 직업 생활’인 만큼, 일하는 혹은 일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세심한 조언과 응원을 담아낸다.     


이 책은 시니어로서 삶과 일을 직조해 나가는 데 있어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 다른 하나는 일과 배움의 선순환을 실천하는 것. 저자는 팬데믹 시기에 강사로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던 경험을 서술한다. 그는 비대면 강의 운영법을 성공적으로 배우고 해내었으며, 강의 대상을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까지 포함하며 확장해 나간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태도야말로 우리의 ‘시니어 라이프’ 챕터의 총론에 무엇보다 먼저 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누구든 원한다면, 원하는 시기에 ‘부캐’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몫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한국 사회가 인생의 ‘두 번째 기회’에 인색하다는 것*은 세대를 막론하고 쉽게 체감할 수 있지 않은가. 어쩌면 ‘시니어’, ‘실버,’ 이런 용어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과 같이 ‘시니어가 직접 풀어내는 시니어 라이프’ 담론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다양한 독자를 위해 큰 글자 도서로도 출간되었으나, 시니어 독자들을 위한 서가에만 비치될 책은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임의진의 『숫자 사회』(웨일북, 2023)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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