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렉탄 Mar 02. 2023

아는 것이 힘이다?

올바른 양심이 지식보다 중요한 이유  

살면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지식을 가지면 정말로 힘이 되고, 행복해질까요?


오늘은 지식에 양심이 담겨야 한다는 명언을 소개하고, 지식보다 올바른 양심이 현실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양심이 없는 지식은 인간의 영혼을 망치는 것이다."
                                                                                                 프랑수아 라블레(1494~1553)


1. 왜 사람들은 유튜브에 열광하는가 


늘의 명언은 프랑스의 자유주의 사상가, 작가였던 프랑수아 라블레(1494~1553)가 자신의 소설인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서 사용한 대사입니다.


이 소설은 르네상스 시기 타락한 종교계를 풍자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세 유럽의 성직자 집단은 막강한 지적 권위를 갖고 있었습니다. 문맹자가 다수이던 사회에서 성직자들은 글을 알고, 학문을 연구할 줄 알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직자들은 권력과 자본의 그늘 속에 빠졌습니다. 


결국 세속화되어 부패한 성직자 집단은 점차 그 권위를 잃어갔습니다. 


라블레는 이 책으로 타락하던 성직자 집단을 비판하고 지식에 담겨야 할 양심의 가치를 역설했습니다. 급기야 기득권을 갖고 있던 종교계는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후로도 중세 체제의 부패를 풍자한 작품들은 끊임없이 등장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시대는 달라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엘리트들의 책과 말보단 유튜브가 사랑받는 이유도 영상이 보기 편해서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은 엘리트에 대한 권위를 실추시켰습니다. 정확히는 '도덕'이 결여된 지식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푸틴은 젊은 날 러시아 최고의 대학교인 국립 레닌그라드대학교(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이후 정보기관과 고위 행정직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리더가 되었죠. 하지만 지금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기후변화가 환경파 괴을 파괴하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의 로비를 받은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지식을 끊임없이 퍼뜨리고 있습니다.


최근 이슈인 AI 기술도 윤리 문제를 지적받고 있습니다. AI가 기존의 혐오, 차별 표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범 세계적인 현상들은 사람들이 정치, 과학, 지식 엘리트들에게 가졌던 믿음을 실추시켰습니다. 유튜브는 그런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즐겁게 지식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다가가 성공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유튜버는 결코 환경 문제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옷이 만드는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지속가능한 패션, 환경을 위한 미니멀 라이프를 공유하며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중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엘리트가 아니라, 좀 부족해도 친근감을 느끼는 양심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본의 편에 붙은 엘리트 학자보다, 솔직한 환경 유튜버가 지구에 더 도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c/MyGreenCloset/videos


마치 르네상스 시기 <가르강튀아>나 <돈키호테>가 끊임없이 세상에 퍼져나갔던 것과 같죠. 


우리 역사 속에서도 양심 없는 엘리트 보다, 부족해도 애국심으로 가득 찬 청년이 세상을 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2. 두 청년의 이야기  


격변의 개화기를 살아가던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한 청년은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과거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급기야 과거시험도 사라지자 새로운 서양의 학문보다는 한학을 배우고, 관상을 공부했습니다.


다른 한 청년은 촉망받는 유능한 엘리트였습니다. 개화기 시절 생소한 외국어였던 영어를 척척 배우고, 여러 가지 신식 학문을 익혀 전도 유망한 관료로 성장합니다. 


시간이 흘러 첫 번째 청년은 지금도 존경받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가 되었고, 두 번째 청년은 지탄받는 친일파인 이완용이 되고 말았습니다.


3. 무엇이 두 청년의 인생을 바꾸었을까?


(출처:픽사베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의 김구 선생이 쓰던 책상) 


역사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완용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준 것이 그의 미국생활이었다고 합니다. 고종 황제의 명령으로 미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이완용은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이완용이 미국 생활을 하는 내내 느낀 것은 조선과 세계의 격차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지경까지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유학 후, 이완용은 정계에서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오늘날엔 친일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젊은 시절엔 친미파였습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같은 친일파 윤치호는 이완용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완용은 철저한 기회주의자요, 변절주의자, 아부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 <윤치호 일기> 


한편 김구 선생은 청년시절 관상공부를 하다 자신의 관상이 나쁘며 지식으로 출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내 관상책인 <마의상서>에서 아래와 같은 구절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이 구절을 본 뒤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했고, 행동으로 인생을 열어가기로 결심합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학농민운동에 참가, 기나긴 항일투쟁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올바른 양심은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이완용은 어쩔 수 없는 '힘의 현실' 앞에 무너졌지만 김구 선생은 관상이 나쁘다는 '운명' 앞에 무너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김구 선생은 생전 독립한 나라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겸손했습니다.


이 일화는 비록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올바른 마음가짐과 양심이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의 지식은 단지 '아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지식'에 부합하는 올바른 양심, 행동하는 용기가 만날 때 그 가치가 더 빛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식을 쌓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지식이 '나'뿐만이 아닌 '세상'을 향할 때 그 지식은 더 빛나리라 믿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명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탱탱볼은 어디로 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