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에 대한 고찰
내가 대학원을 생각하게 된 건 첫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생각 때문이었다. 나의 첫 회사는 병원이었는데, 병원 내의 1인 디자이너였다. 규모가 꽤 큰 병원의 인하우스 디자이너, 게다가 1인이다 보니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 했다. 나는 시각영상디자인 전공인데, 리플렛, 브로슈어 등 편집디자인부터 판넬, 포스터 디자인 심지어는 원내 사인물 디자인, 제품디자인,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대 디자인까지 해야 했다.
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편이었는데, 특히 사인물 디자인을 할 때 너무 즐거웠다. 기획부터 디자인, 발주, 시공감리까지 모두 제 손이 안 닿은 곳은 없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전시공간디자인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학교는 이미 졸업했고 학원을 다니기엔 겉핥기만 배우는 것 같고..
(학원을 안 다녀봐서 그랬을 수도..) 그래서 대학원을 생각했다. 전시공간디자인에 대한 학문도 공부하면서 실무까지 적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하며.. 입사 2년 차에 그런 생각을 하고 열심히 알아봤는데 알아보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대학원은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닌
연구를 하러 가는 곳인데
기초프로그램도 모르는 내가 가도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 먼저 학문을 혼자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랑 맞는 분야는 아니었다. 프로그램 독학도 너무 어렵고 학문을 파면 팔수록 내 환상 속의 전시공간 디자인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느냐, 잘하는 것을 하느냐
그 사이의 기로에 놓였다.
물론 고민만 한 건 아니었다. 1년간 디자인 공부를 하고 했던 공부를 또 하고 또 하고..
이론부터 실무 기초까지 다시 공부하고 학부생때 했던 작업도 다시 해보고..
일하며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아 나는 내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을 하고 싶은 거구나..!'였다.
그래서 잘하는 것에서 더욱더 발전시키기로 했다.
내 디자인의 정체성을 찾고, 내 머릿속 세상을 '기획'을 통해 세상에 내보이는 것을 디자인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시각디자인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최종 결심하게 되었다.
사수가 없이 3년을 넘게 일한 나에게
내가 직접 사수가 되어보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