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그 숭고함 뒤에 숨겨진 폭력

-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난 후

by 유진
사진 출처: 구글


우리는 모성을 절대적으로 선하고 숭고한 것으로 비추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다. 그리고 그 희생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 되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 ‘숭고한 모성’ 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모성이라는 이름은 때때로, 죄를 덮는 면죄부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과연 정당한가-?"


영화 속 주인공인 금자씨는 아주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백 선생의 범죄를 방관한 방관자였고, 동시에 그의 협박을 받던 피해자였으며, 결론적으론 그의 범죄를 완성시켜 준 공범자였다. 물론 금자씨는 백 선생의 죄를 감싸 안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그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행동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니.


현재도 인식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사회에선 학생의 임신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였다.

즉,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어른이 필요했던 시대.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백 선생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금자씨의 선택은 ‘아이를 위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그 선택 뒤에는, 타인의 아이를 희생시켰다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사실 우린 알고 있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녀의 모성애에 감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한 선택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용서하고,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아이의 생명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그 선택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는 아니었을까.



영화 후반부에서 금자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딸과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넨다.

그 진심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닿았을지, 그래서 그녀가 용서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오직 피해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복수를 할지, 말 지 선택하는 것 역시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다.


하지만 이후 금자 씨는 유가족들에게 백 선생에 대한 처벌 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주며, 다수결을 통해 결정하게 한다.


'직접 응징할 것인지, 법의 심판을 기다릴 것인지'


이 장면에서 나는 이상한 불편함을 느꼈다.
겉으로 보기엔 어쩌면 피해자 중심의 복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복수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당신들이 직접 죽이세요. 나는 뒤처리만 도와줄게요.”
나는 금자 씨의 행동이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카타르시스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2차 가해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금자 씨의 복수는 정의도, 피해자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식이었고, 그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였을 뿐이다.


영화 속에서 피해자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착하게 살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말 이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미 그녀는 이미 도덕의 선을 넘은 선택을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모성도, 속죄를 향한 노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선택은 결국 스스로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는 아니었을까?

즉, ‘복수를 돕겠다’는 명분 아래 스스로를 정당화한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짐을 남긴 게 아닐까?


물론 나 역시 금자씨가 전적으로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녀는 분명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기에 어떻게든 속죄하고자 했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 복수가 정말 피해자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처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자기중심적 속죄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모성은 과연 도덕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금자씨의 선택은 '모성'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적으로 도덕의 선을 넘어선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모성'을 이유로 어떤 행위를 이해하려고 하나, 항상 기억해야 한다.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이기심은 도덕이라는 울타리 너머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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