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취향(趣向)에서 취향(醉鄕)으로

기억을 데려오는 건 언제나, 작은 취향의 파편들이다.

by 유진
직접찍은 잉어사진

81.42억 인구가 살아가는 이 동그란 지구 위,
그중 5100만 명이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곳,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일까.

가끔 어떤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날이 좋아서, 비가 와서, 혹은 특정 영화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을 때 말이다.


이유 없는 그리움은 대부분 그런 조용한 자극에서 시작된다.
마치 사물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는 듯, 물건 하나에도 기억이 담겨 있다.

어떤 관계였든, 취향이 닮았던 사람은 유독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그리운 마음도 더 자주 든다.



얼마 전, 영화를 본 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그 영화를 추천해 줬던 사람이 문득 떠올랐고 충동적으로 안부 문자를 보냈다. 막상 보내고 나니, ‘혹시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슬그머니 밀려왔다.
이렇듯 별 일 아닌 자극이 잊고 있던 기억을 슬쩍 끌어내기도 한다.

그 후 수업을 듣던 중, 돌아온 답장은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따뜻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누군가가 저를 떠올렸다는 사실이 묘하고 좋네요.”


'취향'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어떤 사물에 대해 흥미나 관심이 쏠리는 경향’을 의미하지만-
나에게 취향은 단순히 무엇을 좋아하느냐를 넘어서 어떤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기반, 즉 감정의 방향이기도 하다.

취향 趣向 이 비슷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취향 醉鄕 (마음이 취한 어떤 상태)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취향이 닮은 사람과 나눈 대화는,
때론 한 병의 와인보다 더 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화들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니 문득 떠오른 그 사람이 있다면,

가볍게 안부를 건네길.


아직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
당신도 그런 '묘하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