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티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보고 난 뒤, 법과 정의의 허상에 대해
과제로 처음 접했던 이 영화는 고전영화 특유의 느낌 속에서 그 시대의 거친 숨결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영화에선 법과 정의, 문명과 폭력에 대한 묵직한 질문들을 다룬다.
"It was once a wilderness. Now, it’s a garden."
끝무렵 할리가 말하는 이 대사는 풍경의 변화가 아닌, 야만의 시대에서 문명이 자리 잡기까지의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처음엔 황무지 같았던 서부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꾸는 데에는 비료의 역할을 하는 “법”이라는 이름의 질서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법” 은 언제부터 진짜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
서부는 한마디로 총과 힘이 우선시되던 시대였다. 법은 무력했으며, 약자들은 침묵하거나 굴복해야만 했다.
폭력과 힘이 법 위에 군림하던 시대.
즉, 약육강식의 세계인 서부에선 법은 그저 허상이고, 현실에선 기능하지 않은 무언가였다.
그럼에도 랜스는 리버티 밸런스와 맞서 싸우며 서부에서 문명의 길을 개척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리버티의 악행은 끝이 없었다.
결국 랜스는 법률사무소 팻말을 뜯어버리며 야만의 시대에서 법의 한계를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혐오하던 폭력을 사용한다.
이 순간,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부정의를 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가?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정의’를 이루기 위한 길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모순적임을 보여준다.
법이 진정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부정의에 손을 뻗어야 하는가.
랜스와 리버티의 대립, 그리고 랜스와 도니폰의 대립은 결국 문명화와 비문명화, 정의와 부정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현재 시대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법을 믿고 따르는 것이 정의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이 반드시 정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명은 그저 아름다운 정원인가 아니면 폭력과 거짓 위에 세운 불완전한 질서인가
우리는 어떤 문명을 지향해야 하는가?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명은, 폭력 위에 세워진 허울뿐인 정원이 아닌,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가진 진짜 문명이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는 비록 오래된 서부극이지만, 그 안의 질문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찌른다. 법이 있지만 믿을 수 없는 세상, 정의를 위해 부정의가 동원되는 현실.
어쩌면 그 황무지는 지금도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