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은 놀랍도록 무섭다

이제 종이책을 내야지

by 이빛소금



멋진 글을 쓰려는 부담이 커서 글을 못쓰고 있다. 이런 내가 어떻게 책을 냈고 그 책은 어찌하여 교보문고 시 에세이 베스트셀러 1위가 된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글방 친구들과 약속을 했기에 쓴다. 왜 글을 쓰는 것이 이토록 두려워진 것일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왜 그런 부담감이 생긴 걸까? 2014년에 작가 지망생으로서 네이트 판에 신세한탄을 쓴 사람이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말이다. 답변은 신기하리만치 단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며칠 전 유명 배우 k 씨 사건 때문에 네이트 판이 궁금해졌고 로그인을 하였는데 그런 글을 쓴 과거의 나, 과소를 발견했다. 현소는 꾸준히 글을 써 왔지 글을 유려한 문장으로 소름 돋는 비유로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꾸준히 쓴 글들이 모여 '죽기 전에 책을 내야지' 하던 생각이 '내일 죽으면 어떡해'라는 생각으로 번져 '올해 책을 내야지'로 옮겨졌고, 그 즉시 실행으로 옮긴 것뿐이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조각 케이크를 먹었다. 맛있었다.


이 글은 양다솔 작가님의 강연에 갔다가 인연이 닿은 글방 친구들과의 약속 덕분에 쓰게 된 글이다. 양다솔 작가님의 강연이 끝나고 케이크를 노나 먹으며 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다솔 : 근데 소금님은 왜 종이책 안 내신 거예요?

소금 : 돈이 없어서요...

다솔 : 아...


그렇다. 돈이 없어 종이책을 못 낸 거다. 절대 안 낸 게 아니다.


"책을 출간했고 그 책은 전자책이다"

라고 하면 사람들은 백이면 백

"왜 종이책은 안내냐"

"종이책 내달라"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당장에 종이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금사정으로 인해 바로 종이책을 낼 수 없었다. (있어도 방법을 몰랐다) 7월 말에 출간을 했고, 먹고살기 위해 지금(10월 말)은 다시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 다니니 책을 만들 수가 없다. 오늘은 오랫동안 구내염이 낫지를 않고, 밥을 먹을 때마다 입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어 약국에 갔다. 약을 세 개나 타 왔다. 약사 선생님께선 비타민 D를 필히 먹으라 하셨다. 돈이 있어도 절대 안 사 먹었던 게 영양제인데.. 이제는 안된다. 이렇게는 안된다. 체력은 국력이고 체력에서 글도 써지는 법. 체력을 키우자. 부담감을 내려놓고 꾸준히 쓰자. 누구한테 보여준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자.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낫다.


북 토크가 다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양다솔 작가님께서는 나에게 꼭 종이책 내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문자를 주었길래 타이밍이 맞아 통화를 했고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금아. 내가 세계여행 떠나기 전에 세계여행 다녀오신 작가님 강연회를 듣고 내가 원래 책 잘 안 사잖아 근데 샀어. 작가님께 사인받으면서 세계여행 꼭 가라고 써주세요.라고 했더니 진짜 나 세계여행 갔다 왔잖아. 말의 힘이 진짜 무서운 거야. 무서운 거야."

라고 말해줬다.





맞다. 실은 2년 전 제주 소심한 책방에서도 이슬아 작가님께서 북 토크가 쉬는 시간에 단 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너무 영광이었고 설렜고 감사했고 나중에 책을 쓸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걸 기억하시곤 이슬아 작가님께선 책에 '아마도 책을 직접 만드실' 이빛소금님께 라고 적어주셨고 2년 뒤 실제로 책을 출간했으니 실로 말의 힘은 무섭다.

내 필명은 이빛소금이니까 이빛소금으로.



(과소 : 과거의 소금. 현소 : 현재의 소금 이슬아 작가님의 과슬이 오마주)


-끝-


2021.10.28. (木)



제 글을 좋아해주신 인삼님 덕에 브런치에도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다음 주제는 가족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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