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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못 내면 해고요? 난 글로 살아남는다

ADHD 베스트셀러 작가의 솔직한 고백

by 이빛소금

“성과 못 내면 해고예요.”

이번 주에 들은 말이다.

나는 에이스다. 설명서 없는 카드처럼, 늘 낯선 규칙 속에서 버텨온 사람. 성인 ADHD를 진단받았다. 에이스는 지인이 붙여준 별명인데, 이제는 내가 더 좋아한다. ADHD를 숨기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


재작년 한 해에만 8군데 회사를 입사하고 퇴사하길 반복했다.

ADHD 탓을 해왔다. 집중력 부족, 산만함, 충동성… 모든 게 그 탓인 줄 알았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2021년, 나는 책을 냈다. 『엄마는 양념게장 레시피도 안 알려주고 떠났다』

교보문고 시에세이 분야 전자책 1위. 249일 세계여행. 에세이 연재도 두 번.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걸 해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모순된 나의 모습"

좋아하고 잘하는 일엔 몰입할 수 있다. 글쓰기처럼.
매일 썼고, 결국 책 한 권을 완성했다.
그걸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다르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업무, 팀워크.
내겐 너무 어렵다.

끊임없는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먹고살고 싶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돈이 바닥나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8번 입사 퇴사 반복. 자존감도, 자신감도 바닥났다.

죽고 싶었지만,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현금영수증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그냥 살았다.


지금 이 순간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여전히 돈이 문제다.

왜 이렇게 됐을까?
ADHD 때문일까?
내 준비 부족?
현실 감각 부족?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생각은 산만하게 떠다니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고요하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이다.

ADHD에게 인생을 넘기지 않는 방법.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붙잡고, 살아가는 법.

더 이상 ADHD 탓을 하지 않기로 한다.

ADHD는 그저 내 손 내 발 그 일부일 뿐,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

나는 이미 한 번 증명했다.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글이 곧 나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살아남는 방식이다.

이게 에이스가 사는 법이다. 나는 오늘도, 쓰며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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