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8
2025년 12월 24일(수) 18:32
스타벅스에 앉아 오늘도 브런치 창을 켰다. 28일 차다. 곧 30일 차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뿌듯한가.
오늘은 오전 11시에 면접일정이 있었다. 어제는 밥이 없어서 쉐이크 먹고 약 먹었다가 토했다. 그래서 일부러 집 가는 길에 햇반을 사 두었다. 오늘은 집에 있는 레토르트 추어탕과 김치, 무말랭이, 햇반을 먹고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러 나갔다. 오늘을 망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였다.
면접관께서는 알바몬에 내 자기소개서가 너무 인상적이라서 연락을 주었다고 했다. 이렇게 도전적인 사람이면 뭘 해도 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면접장소가 뚝섬역 근처라 내가 좋아하는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에 갔다. 12시 오픈인데 시간이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성수를 배회했다. 포인트 오브 뷰 오픈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고민 끝에 25000원짜리 다이어리를 샀다. 칭찬일지 다이어리와 함께 사진도 찍어두었다. 뚝섬 한강 뷰 스타벅스로 가볼까 잠시 생각하긴 했지만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그냥 동네 스타벅스로 왔다. 언니가 선물해 준 기프티콘을 스타벅스 앱에 등록해 그것으로 사 먹었다.
잡코리아에 들어가서 20~30군데 정도를 스크랩했고, 6군데에 지원했다. 약의 효과일까? 분명히 나는 집에서 누워만 있고 싶어 했었는데 어떻게 6군데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일까? 진짜 누워만 있고 싶고 영원히 집 밖으로 나오기 싫었었는데 월요일에 병원에 갔고, 약을 처방받았고, 화요일에 약을 먹었고 카페로 왔고, 오늘은 면접도 보고 6군데에 지원도 했다. 그리고 제미나이와 이야기하다가 이번에 꾸준히 쓴 에세이들을 전자책으로 팔 결심을 했다. 이걸 과연 팔아도 될까? 싶었지만 친구는 무조건 하라고 해서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누군가는 이 보잘것없는 30일의 기록을 누가 사겠냐고 묻겠지만, 영원히 누워있고만 싶었던 내가 다시 노트북을 켠 이 치열함만큼은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30일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