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연속
결국 저번 상담 건으로 낙담을 한 나는 수시 원서를 쓰지 못했다. 어차피 내신 점수가 좋지 못해 합격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우리 학교는 주로 수능으로 대학을 가기 때문에 나도 '정시로 학교 가면 되지, 까짓 거~'라고 합리화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저 안일한 생각은 내 고3 겨울방학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시발점이 되었다. 남들 다 논다는 고3 겨울방학에 천국행과 지옥행을 왕복으로 5번은 한 것 같다.
하필 불수능으로 소문난 해였다. 수능 사프도 이상해서 문제를 풀면 샤프심이 부러지고, 부러지고, 를 무한 반복했다. 내 등급도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대학의 문턱은 나에게 더더욱 높게 다가왔다.
충격적인 수능성적표를 보던 와중에 내 순서가 다가와 담임선생님과의 형식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 년제 대학의 무슨 과를 추천해주셨다.
'무슨 말씀 하세요? 저는 간호학과만 생각했었어요. 예전부터 계속 어필해왔던거고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니 역시나,
너는 간호학과에 못 간다고 같은 말씀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내 얼굴만 보면 안된다, 못간다, 같은 말만 하니 이제는 내 귀에 딱지가 앉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나의 간절함이 보였던지 '원서나 내 봐'라며 몇 개의 지방 전문대학을 적어주긴 하셨다.
나는 고3 초반에만 해도 이름난 사 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외사촌 오빠가 갔으니까.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 보니 나는 삼 년 제도 합격할까 말까였다. 오빠는 수리영역도 만점이었고, 언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의 수능성적이 좋았다. 옆에서 피나는 노력을 같이 봤으면서 왜 몰랐을까. 노력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쓸데없는 자존심만 부렸을까.
간호학과에 진학한 친척들 역시 성적이 좋아 나랑은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이렇듯 누구에게 딱히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사 년제 간호학과는 못 간다(=현실을 직시해라)
전문대 간호과를 검색해서 전국구로 원서를 내자: 제주도만 빼고 어디든 간다. 땅 끝에 있는 학교든 뭐든 상관없다. 원서비 때문에 고민했지만 어머니도 그렇게 하라 하셨다. 오히려 망설이는 나에게 먼저 제안하셨다.
수도권/광역시에 위치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거라면, 이왕지사 집과 가까운 곳에 진학하는 것이 학교 생활하기 좋을 듯싶다.
나는 수능 성적이 좋지 않으니 면접으로 승부수를 봐야 한다: 면접 많이 보는 학교 위주로 원서를 쓰되... 아.. 그나저나 나에게 어떤 경쟁력이 있지..? 후들후들.. 일단 서서히 생각해 보자.
이렇듯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짰지만 숨은 복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