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X어라운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지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대상에 의하여 일정한 상태나 결과가 생기거나 만들어지다.
(예: 합의가 이루어지다)
2) 뜻한 대로 되다.
(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이유를 언급해보자면
첫째,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성취하면 그 희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 삶을 사랑하게 되고 살아가야 할 의지가 생긴다.
둘째, 무언가를 하면서 내 꿈을 이뤄낸다는 설정 자체가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느낌이 든다.
이뤄지면 이뤄지는 거지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가 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말을 무의식적으로 나열해본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은 각종 분야의 전문인들이 온갖 공과 정성을 들여 만든 액기스다. 여러 종류의 액기스를 접하다 보면 간접경험과 지식이 쌓인다. '나도 이런데 작가님도 이러하구나.'라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를 내 일에 접목시켜 건설적으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열린 마음의 문이 생기고 인생을 살아가는 시야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내가 현실에 찌들어 몰디브 섬에 가지 못하더라도 지니 작가님의 '노는 게 일이다 인생 뭐 있어'라는 에세이를 읽으면 몰디브 섬의 어느 바닷가에서 수중 다이빙을 해 고래상어를 만난 느낌을 받는다. 몰디브 섬 주민인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책을 보다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들자면 몰디브 섬 내부의 지명이나, 리조트 이름, 수중 다이빙 용어를 들 수 있겠다. 이런 경우에는 으레 나의 무지를 탓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넘겨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정 아니다 싶으면 노트 한 권을 만들어서 궁금한 단어를 끄적거려서 되뇌면 전혀 접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책은 지식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나를 살찌우는 중요한 영양분이다.
나는 이런 속성을 가진 책이라는 존재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한 과정 자체가 내 삶의 낙이다. 궂은 날씨나 피로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도서관을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우리 지역 대형 서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서 창문가에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보는 그 과정 자체가 설렘이다.
책을 읽는 순간 모든 잡생각이 사라진다. 폭언과 폭행을 한 환자, 좋지 않은 말을 들은 것들, 알게 모르게 예전부터 쌓여왔던 상처받은 순간들, 예전 직장에 대한 트라우마 따위의 좋지 않은 것들이 사라진다. 대신 수많은 건설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작가님은 이 문장을 이런 방식으로 구사했구나.'
'이렇게 좋은 명언과 글귀를 어디서 인용했을까?'
'나도 이분들처럼 내 글을 책으로 엮고 싶다.'
'내가 작가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노력해야겠구나.'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면 시간 나는 대로 브런치에 나만의 언어를 적는 것이 최선이겠구나.'
이처럼 책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이 우주가 되고 그 장소는 무릉도원이 된다.
사실 내가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공간은 내 방이다. 이런 나를 보고 집순이, 밖에 나가봐라, 남자 친구 좀 사귀어라, 그러면 결혼은 하겠냐고 손가락질하지만 나에게는 내 방이 지상 천국 낙원인 것을!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저런 말을 해도 전혀 타격이 없다. 인생 마이웨이 아닌가? 남 시선 신경 써서 아등바등해야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갈 수 있는 헬조센이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조그마한 주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 공간을 통해서 변명 한마디 하지면 아빠는 나에게 누워서 폐인처럼 폰만 하루 종일 만질 거냐고 딴지를 건다. 쉬는 날도 얼마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그리 잘못된 건가요? 이 과정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한 도약이에요!
내가 입버릇처럼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는 코웃음을 친다. 나도 눈치가 있어서 안다. '네가 할 수 있겠냐'는 의미 아닌가?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한 나는 주눅 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간절한 데다가 애살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제야 언급하지만 나는 사실 가수 아이유 양의 무명시절을 같이 봐왔다. 로엔에서 싸이월드 타운을 만들어 그녀를 홍보했지만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아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나는 독서실에서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아이유-미아'를 듣던 막무가내 고등학생이었다)
미아라는 가수가 아이유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눈물겨운 기사를 보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의 갈고닦은 실력과 특유의 주관이 담긴 곡으로 인생 대역전을 하지 않았는가?
사실 내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녀의 무명시절보다도 못하다. 우선 나는 연예인이 아니기에 소속사가 없다. 홍보라고 해봐야 조회수 없는 내 sns에 주소를 노출시키고, 친한 친구 몇몇에게 이 페이지를 알린 것이 전부다.
페이스북의 유명한 간호사 페이지에 내 글 주소를 홍보하고자 과장 전혀 안 보태고 메시지를 10번가량 남겼는데 전부 반려당했다.
자기합리화 조금 보태자면 사막 같은 조건에서 반년만에 이 정도까지 온 것만 해도 용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내려면 9년 반 가량이 남았다. 이제 시작이니 조급한 마음 가지지 말아야겠다.
이 정도면 내가 '책 읽기', '글쓰기' 그리고 '이루어진다'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를 충분히 말한 듯싶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라고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나 없을 리가 없다. 수많은 글 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포스팅 주소를 하나 공개하고자 한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이 포스팅 내에 언급된 칼럼이 인상 깊었다.
외식경영분야라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분야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1포스팅이라니! 나는 1주일에 1포스팅도 못할 때가 많은데. 게다가 매일 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글을 쓸 때마다 다른 주제를 생각하는 것도 어렵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야 이번 주에는 휴재를 하겠다는 웹툰 작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이분은 곰탕집과 암소 실비식당의 콘셉트를 융화하면 좋다고 언급했다. 이 구절을 통해 내 지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 같다. 독서량이 많으면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자신의 분야에서도 적절히 융합할 줄 알게 된다.
이 글에서 가장 베스트 문장은 다음의 내용이다. '글로 쓰면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이유'를 간결한 문장으로 잘 표현해낸 대목이다.
무엇인가를 쓰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쓰는 습관이 식당 경영에서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사고를 함양시켜준다.
내 입장을 토대로 해석하자면, 나의 글 쓰는 습관 자체가 알게 모르게 논리성과 통찰력을 강화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간절함을 글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에게 내 목표를 대대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나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게끔 유도가 된다. 이 행동을 반복하면 내 꿈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지 않을까?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까만 밤에서 등 푸른 새벽녘으로 하늘이 바뀌었다. 바깥에서는 119 구급차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통찰을 줄까? 운명에 나를 맡기지만, 부디, 평화로운 하루이기를. 그리고 내 꿈에 한 발 앞설 수 있는 하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