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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간호사 호칭 문제

미국에 어떤 트럭 서비스 회사가 있었어요. 회사는 매달 몇 천만 원의 손해가 나고 있었지요. 회사의 사장과 고위직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때 데밍 박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조언했어요.

"트럭 운전사들을 기사라고 말하는 대신 장인으로 불러 봅시다.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장인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나는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일하는 태도까지 변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데밍 박사의 말을 의심했지만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호칭을 바꾼 지 한 달 정도만에 손해의 원인이었던 배달 관련 실수가 10%까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_결국 인성이 이긴다, 신배화 저, 오리진하우스, 2017 p.86


이 사례를 먼저 적은 이유는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응급상황이 벌어지는지라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고 긴장되는데 그 와중에


"야!"

"씨XX"

"아가씨!"

"미X새X"

"언니"

"성형 많이 한 X"

"간호원"


과 같은 말을 들으면 머리가 찌끈거린다. 환자 당신이 아픈 상태인지라 생각을 깊게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하며 한쪽 귀로 듣고 넘어가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알게 모르게 받은 상처는 엄청날 것 같다. 차라리 '저기요'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저 호칭들보다는 약간이나마 나으니까.


이처럼 존중받지 못한 호칭을 들으며 일을 하니 어느 순간부터 한없이 비관적인 사고만 하기 시작했다.


'4년 동안 뼈 빠지게 공부하고 국가고시 붙어도 저런 말 들으면서 일을 하는구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는 시녀, 하녀. 조선시대였으면 무수리, 노비.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

'여기서 이 돈 받고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욕받이 무녀인가.'

'뼈 빠지게 공부해서 의사를 할걸.'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개고생을 하는 걸까?'

'다음 생은 간호사 말고 나쁜 사람들 곯려주는 귀신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간호사(看護師)라는 단어는 볼 간(看), 도울 호(護) 스승 사(師)로 구성되어 있다. 환자를 살피고 돕는 스승이라는 뜻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간호사의 '사'가 '스승 사'라는 것이라는 것을 대학 시절 교양 과목을 가르쳤던 교수님에 의해 알게 되었다. '너희가 가질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라'는 좋은 내용에서 하신 말씀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것을 보니 내 머릿속에  감동으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처럼 대학 다닐 적에는 존귀하지는 않더라도(지잡대라는 말로 나를 틀에 가둬놓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강의 듣는 동안이나마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사이에서 공부에만 전념했었는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상상을 초월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다. 그래서 그 스트레스로 사직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물론, '선생님', '간호사님' 등 나를 존귀하게 대접해주시는 분도 있다. 아주 적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그분들에게는 보다 잘 대해드리고 싶어 진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말 한마디가 천리 길을 간다. 호칭 까짓 게 무슨 대수냐고? 대수다. 호칭 하나로 간호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부디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좋아져서 불쾌한 호칭으로 간호사의 마음에 더 이상 얼룩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부디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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