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원서를 내다 (1)
주의! 반드시 읽으시오!
필자의 고교 시절은 전문대라면 무한대로 원서작성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찌 바뀌었나 모르겠다. 그대로라면 본인을 모방해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신중한 선택을 요한다. 참고로 학교 한 곳 쓸 때마다 전형료도 지불해야 한다.
전국에 있는 전문대 간호과를 검색했다. 지식인 글을 클릭하니 학교 목록이 나온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등등.. 간호과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하지만 내가 갈 수 있는 학교는 어딜까? 그저 막연했다.
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나 싶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비선 실세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에서 수능성적이 높으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동적인 입장-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선택당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처음 깨달았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은 온전히 내 행동 때문이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몇 학교를 보니 남학생, 간호조무사, 만학도, 심지어 직계 가족 중 간호사로 종사하는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었다.
나는 왜 해당되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X줄이 탔다. 하지만 이런들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다짐하면서 원서만 백여 군데 작성했다.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이라도 해야 했다. 정시 2차까지 도전한 것을 포함하면 150번은 작성하지 않았을까. (정시는 1차, 2차, 3차로 나뉘는데 필자는 집 가까운 몇몇 학교에 2차까지만 도전했었다.)
사실 서울 경기권 학교의 원서도 썼었는데, 돈만 날린 선택이었다.
담임선생님의 추천리스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학교에 원서를 쓰거나 정말 간절하다면 하향지원(주로 도서벽지의 학교가 커트라인이 낮다)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면접이 있는 학교의 경우 날짜가 겹친다면 원칙적으로 한 곳에만 원서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나같이 걱정 많은 사람에게는 그런 거 상관 말고 질러나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간혹 면접 일자는 같지만 시간이 달라 하루에 두 곳 모두 참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간을 놓쳐 원서 쓰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면접에 불참하는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 나름대로의 체계를 위해 A4용지에 리스트를 작성해서 날짜를 숙지해야 한다. 지역별로 작성하는 것이 편하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전라>
ㅇㅇ대학교
-위치: ㅇㅇㅇ
-전형: 수능 70% + 면접 30%
-전형 일자: 1차 ㅇ월ㅇ일 / 2차 ㅇ월ㅇ일
-면접 일자: 1차 ㅇ월ㅇ일 / 2차 ㅇ월ㅇ일 (시간대는 면접 며칠 전 문자로 통보한다)
-합격 일자: 1차 ㅇ월ㅇ일 / 2차 ㅇ월ㅇ일
-합격 등록: ㅇ월ㅇ일
그리고 서울권 학교에 못 간다면 이왕지사 집이랑 가까운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좋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문대라도 간호과의 경쟁률이 높고 너는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으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오죽 공부 안 했으면 지잡대(지방에 있는 잡대)를 가려고 이렇게까지 하냐는 비아냥을 들은 것 역시 사실이다. 누구누구는 이름난 학교에 다니는데 너는 그게 뭐니? 류의 말도 들었다. 거기에 들리는 한숨소리와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은 부록.
혹여나 그런 말에 상처받은 간호학 지망생이 있다면 그런 말은 멍멍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해라. 아니, 비유당한 개가 불쌍할 정도다.
내 인생에 있어 결코 생산적인 발언이 아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인성 수준 미달이다. 사람인 이상 그런 말을 한쪽 귀로 넘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처한 현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간호과에 진학에 필요한 수순을 정신없이 밟다 보면 하루하루가 바빠서 금방 잊게 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지역에 있는 상담센터를 검색해 무료로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정 부담스럽다면 이 곳에 댓글을 남기면 성심성의껏 고민을 들어주겠다. 이 페이지는 자유로운 공간이니까.
게다가 간호학의 장점이 무엇인가? 학교 이름과는 상관없이 국가고시(일명 국시)에 합격하면 누구나 간호사다. SKY의 S대를 나와 국시를 붙어도 간호사고, 나같이 전문대인 A대를 졸업해도 국시만 붙으면 간호사다. 자괴감은 상추쌈 같이 연약한 내 mental을 좀먹는 벌레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 이름보다는 졸업 후 임상(혹은 다른 직종)에서 얼마나 잘 배우고 생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말을 크게 적은 이유는 학생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몰랐다. 수많은 학생이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인 서울 4년제,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 4년제, 지방 전문대 3년제라고 묘사하며 학교에 대해 구구절절 묘사한다. 특히나 지방 전문대 학생들 중에서 자신의 학벌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개인적으로 매우 유감이다. 학교가 좋든 싫은 본인이 선택한 곳이지 않은가?
학과 교수님과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건설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본인이 편입하고자 하는 학교 졸업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근무할 수 있다.
이건 사실이다. 내 경험이기도 하다. (물론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취업 시 학교 이름을 약간 보는 건 사실이지만 일반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학과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내 첫 직장인 모 대학병원에서 내가 편입하고 싶었던 학교를 졸업한 동기가 있었다. 그 학교는 나와 항상 비교대상이었던(하필 나이도 같다) '친척 어른의 조카'가 다닌 곳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너희 학교로 편입하고 싶었다고 말하니 그 친구가 나에게 한 말. "그런 생각 말라, 어차피 지금 같은 직장이지 않냐." 나와 비교대상이었던 그 친구 이름을 언급하니, "걔 나보다 성적 안 좋았어!" 라며 나를 위로(?)해줬었다. 결론은.. 졸업하면 똑같은 간호사다!
여하튼, 정신없이 원서를 쓴 와중에, 우리나라 땅끝이다시피 한 M대에 합격했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