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찌든 나
동생이 옷 하나 사달래서 시내를 갔는데, 역시나 선거철이긴 한가보다. 각 후보들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서로의 몸짓과 노래가 뒤섞여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 아수라장 속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기엔 한 후보의 명함이 있었다.
“저희 아버지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누가 나오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의사 출신 후보였다.
‘저 사람은 아빠가 의사라서 좋겠다. 병원장 아들이니 누구 하나 찍하고 건들 사람 없겠네. 간호과장 아들이 응급실 가도 구석에 있는 vip room에 가는데 저 사람은 왕 대접 받겠군. 여유가 있으니 웃으면서 표를 권하는거겠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월급쟁이였으면 일 마치고 누워 자기 바빴겠지.’
사회에 찌든 난 또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당신의 명함을 받은 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모르겠지. 알면 소름돋겠지. 이런 생각 하는 나도 내 자신이 웃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