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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오랫동안 들었던 생각의 표출

“공무원 2년 정도 준비해. 그 이상은 아닌것같고. 공무원 안되거든 미련 없이 접고 여기 다니면서 대학원 다니며 시간강사 하다가 교수로 빠져나가는게 가장 좋다고 봐.”


선임에게 들은 조언인데, 솔직히 반박 불가였다.




지난 2년간 내가 적은 글은 모두 임상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친 흔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중환자실에서 버틴 이유도 임상을 벗어나기 위함 발버둥이였다. 경력을 쌓아야 탈임상을 하기 유리하니까. 상근직도 경력자를 받아주는게 현실이니까. (백화점 의무실, 산업간호사, 간호학원 강사 모두 최소한 임상경력 2-3년을 요구했었다)


보람된 마음으로 병원을 다니는 선생님들이 존경스럽지만 나는 주말이 있는 삶을 원한다. 그게 임상 탈출을 원하는 첫번째 이유다. 마음 편히 베이킹 클래스를 배우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집에서 감바스를 만들어 먹는 소소한 여유를 즐기는 삶을 지향한다. 유럽도 다시 한번 가고 싶고, 한번도 안가본 동남아시아 쪽도 여행하고 싶다. 임상간호사는 그런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일-잠-일-잠의 연속이였다. 주말에도 일을 하니 대인관계는 와장창 무너졌다.


둘째, 안정된 노후를 원한다. 우리 세대에는 연금을 그리 많이 받지 못할거라 한다. 노령인구는 많아지고 노동인구는 줄어드니 당연할수밖에. 물론 사학연금을 받는 곳이니 그런 걱정은 덜었지만 이런식으로 일하다가 연금은 커녕 내가 골병들게 생겨서 관뒀다. 무거운 침대를 혼자 끌고, 축 쳐진 환자를 들고, 자세를 바꾸는 행위를 반복하니 몸이 고장났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에 기미/주근깨가 올랐고, 오른쪽 허리는 조금만 무리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허리통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일하다가 연금을 받으면 행복할까? 연금을 병원비로 다 쓸 것 같은데. 이건 오래 못할 일이다. 사명감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나를 좀먹으면서까지 하는건 사명감이 아니라 희생이잖아?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퇴직 후에 안정적으로 생활하는게 내가 노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다. 몸도 덜 아플거다. 그리고 남에게 손 벌릴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 집안 얘기 하기는 좀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 삼촌, 큰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타서 사셨다. 전통적인 효 사상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건 당연하다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셋째, 간호사를 하든 공무원을 하든 좋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세가지 이유로 공무원을 원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겠지만, 나는 평범한 것을 마음 편히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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