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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생일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네 생일이니 케이크를 사러 가자며.. 괜찮다고 말하니 아빠가 꼭 사라고 하셨단다. 어디서 살까? 물으신다. 투썸에 갈까? 해서 투썸에 갔는데 사람이 상상초월로 많았다.


바빠서 그런지 직원의 말투가 좀 껄끄러웠다. 엄마는 사람한테 시달리니 어쩔 수 없지.. 하는데,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사람 대하는 일하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엄마랑 나한테 대하는 게 굉장히 불쾌했다. 계속 기다리는 것도 한계지. 그냥 결제 취소하고 간다고 했다. 다시는 저 시간에 가지 않으리.


얼마 전에 아빠 생신이라 이걸 샀는데(저녁 6시 쯤에)그땐 별로 안바빴는데.. 우리 동네 투썸은 저녁 9시 쯤이 피크인가보다.


파리바게뜨에 갈까? 배스킨라빈스에 갈까? 고민하다가 눈 앞에 개인 빵집이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빵집으로 갔다. 케이크 종류가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크고 좋은 걸로 고른 게 사진 속의 타르트다.




집에 도착하니 현관문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배스킨라빈스 통. 옆에 나란히 놓여 있던 바나나랑 요구르트. 아빠는 딸 먹으라고 산거라 하신다. 원래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 사려고 했는데 내부 공사를 한다며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하마터면 파리바게뜨까지 갈뻔했다. 빵집에서 멈춘 게 신의 한 수)


이미 엄마랑 케이크도 샀는데? 반문하니 그것도 먹고 이것도 먹으라고 하신다. 역시 우리 아빠다 싶었다. 우리 아빠는 통이 크시다. 평소에는 항상 근검절약이신데 이런 날에는 돈을 엄청 많이 쓰신다. 팩트만 말하자면 필요한 데만 돈을 쓰시는 분이다.


동생은 알바 가서 없고, 엄마랑 아빠랑 나랑 셋이서 생일 축하 이벤트를 진행했다. 생일 촛불 개수가 점점 늘어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빠는 술 한잔을 하셨는지 얼굴이 빨개져 있으셨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사랑한데이~라고 말하는데 울컥했다.


난 뭐 하나 제대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눈물 나려는 걸 꾹 참았다.


케이크도 약간 먹고 뒷정리를 하다가 배스킨라빈스 영수증을 확인했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47000원? 와.. 내가 살면서 배스킨라빈스에 이만큼 돈을 쓴 적이 있었는가?? 두 눈을 의심했다. 영수증으로 해피포인트를 적립하니 적립금이 2000원가량 늘었다. 지금까지 내가 적립한 게 천 원가량인데 갑자기 포인트가 훅훅 늘었다. 돈의 위력인가..


이 순간을 까먹지 말고 가족한테 잘해야겠다. 전한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 네가 잘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누군지 알아? 친구? 아니야. 가족이랑 전한길뿐이야.라고..


내 편은 가족뿐이다. 꼭 잘되자.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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