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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첫 사회생활

동생이랑 길을 걷고 있는데, 동생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우렁차서 내용이 정말이지 잘 들렸다.


그 아이는 OS 병동에 발령받았다. 앞에 그만둔 사람이 열명이란다. 언니한테 OS 병동 어떤지 물어봐달라는 말에 절박함이 묻어 나왔다. 나도 첫 직장을 두 달 일한 애 대타로 들어왔다. 결국 세 달 만에 사직했지만.


그 정도로 사람이 나가면 분위기가 어떤지, 업무 강도가 어떤지 본인이 더 잘 알 거다. 모든 일에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의 기준에서는, 지옥 헬 게이트를 스스로 입성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첫 병원에서 힘든 일을 해보는 게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내성이 생긴다. 아니면 아싸리 임상을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나중에는 그땐 그랬었지, 하면서 너털웃음을 지을 날도 올 거다.


사실 난 큰 병원에 괜히 들어갔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힘든 일을 겪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처음부터 작은 병원에서 일했다면 오로지 큰 병원만 외치고 다녔을 거다. 과거의 교훈이 현재의 나를 만든 거다.


사실 그 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동생이 말을 끊어서 미처 하지 못했었다.


1. 병원 내에서 절대 뒷담을 하지 말자. 특히 카톡 잘못 보내서 병원 단톡에 남 뒷담을 하는 불상사를 저지르지 말자. 병원 안에 남이 잘 보이는 곳에 핸드폰을 놔두고 가지 말자. 험담이 핸드폰 화면에 뜨는 장면을 홍보하는 꼴이다.

2. 병원 얘기는 병원 다니는 친구한테만 말하자. 병원 사정 모르는 사람한테 이야기해봤자 아무것도 모른다. 특히 취준생 친구한테는 말하지 말자. 취업도 했으면서 징징거린다고 생각한다.

3. 동기사랑 나라사랑. 그래, 그 구호 좋다. 하지만 동기도 너무 믿지 마라. 뒤통수 맞는다. 특히 동기가 윗년차 간호사랑 더 친한 경우. 백프롬다.

4. 인사는 눈 맞춰가면서 상대방이 들리게 하자. 이걸로 트집 잡는다. 그리고 간호사 이름과 몇 년 차인지  얼굴 빨리 외우는 게 좋다. 인사했는데 또 인사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건 차라리 낫지만 그래도 한 소리 듣는다.

5. 퇴근은 듀티 같이 뛴 사람들이랑 무조건 같이 간다. 먼저 가는 개인행동은 하지 말자. 퇴근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 눈 맞춰가며 인사하는 게 필수다.


일단 이 정도 룰만 알아도 사회생활하는데 별 지장은 없을 거다.


팁 하나만 주자면, 하루살이 불나방 인생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일하다 보면 시간은 간다. 나도 달력 넘기면서 한탄 많이 했다. 그 마음 잘 안다. 그런데 달력만 보면 막막해진다. 하루하루 충실하다 보면 일 년 이년 후딱 간다. 좌절부터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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