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

제 브런치를 소개합니다

귀엽고 예쁜 제 동생이 알바하는 동네 카페입니다. 아늑하고 참 좋아요. 저는 이 곳에서 글을 자주 쓰곤 한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응급실 간호사 경력이 3개월 남짓 있으며, 현재는 중환자실 간호사로 9개월째 근무 중인 신규 간호사입니다.


극하기로 소문난 부서이다 보니, 일을 하다 보면 최악의 순간이 벌어집니다. 사소한 것으로는 bed care-2시간마다 한 번씩 욕창방지를 위해 환자의 체위변경 및 침상 정리를 실시하는 것-을 하는데 동시에 infusion pump(자동 점적기) 알람이 울려 수액을 교체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무거운 환자를 들어 올리는 것을 혼자서 하기란 상당히 버거운데, 그 와중에 수액을 교체해야 하니 당연히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환자의 vomiting(구토)이(가) 지속되어 환자의 몸과 침대 시트가 다 베린 경우도 있습니다. 멀쩡히 이불 잘 덮고 주무시는 환자의 이불을 벗겨보니 수액이 빠져 있어 링거에 피가 역류해 침대가 피바다가 될 때도 있습니다. vital sign(활력징후)를 해야 하는데 동시에 신환(새로운 환자)이(가) er(응급실)에서 올라오는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게다가 여러 명의 환자들이 동시에 무언가를 요구하면 몸이 열 개가 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간호인력이 부족한 데다가 막내 문화가 존재하는 간호계의 현실상 잡다한 일을 저 같은 신규 간호사가 수습해야 합니다.


더한 예로는 특히 노인분들이 c-line과 foley catheter을 self remove(스스로 제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c-line 부위는 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과다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사실 이건 최악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사사로운 일입니다.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는 갑자기 환자의 heartrate(심박동 수)가 떨어져 intubation(기관 내 삽관)을 해야 하는데-intubation은 dr job입니다-잘 되지 않을 때가 되겠죠. cpr 상황도 포함되고요.


병원 일은 제시간에 해내야 하는 routine job(주된 업무)가 존재합니다. 한 시간마다 V/S(활력징후: 혈압, 맥박, 호흡, 체온) 측정, BST(혈당검사), lab(피 검사), 약 정리하기, 유효기간 지난 라인 잡기 등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직업인지라 언제나 돌발상황이 벌어집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일들(신환, intubation, 시트 갈기 같은 경우 등)은 routine job이 아닙니다. 부가적으로 발생한 일입니다. 이러한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routine job을 제때 실시하지 못해 혼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혼나는 정도면 양반이지요.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환자를 살펴봐야 하므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입사한 동기와 카톡으로 '최악이야'라며 서로의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말하다 보니 저는 마침내 간호사라는 직업을 정의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간호사는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제 브런치의 제목을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를>이라 짓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그러한 간호사가 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과정 역시 함께 서술하고자 합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막연한 간호사라는 직업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실습에 힘들어하고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 간호사에게 현명한 길을 제시해주고 싶습니다. 저처럼 힘들어하는 신규 간호사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역시 큽니다. 이 모든 경우가 아니더라도, 무료한 당신의 일상이 제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면 그것 역시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수 슈퍼주니어의 팬이라서, 그들의 타이틀 곡 뿐만 아니라 숨겨진 수록곡도 많이 듣곤 합니다. 제가 뜬금없이 슈퍼주니어를 언급한 이유는, 2011년 여름에 발매한 5집 중 walkin'이라는 노래의 한 가사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아무개 중 하나 둘 어느 가슴속에 담아둔 특별했던 한 사람 혹은 한 사랑일 수 있다면, 메마른 사막 어딘가에 지친 걸음 멈추지 않게 한 가닥 힘이 될 텐데.


이 노래는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느낌이 좋은 노래를 발견했으며, 아일랜드로 휴가를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음도 음이지만 가사가 더 좋은데 그가 한국어를 할 줄 몰라 상당히 아쉽습니다.


각설하고, 저는 평소에도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힘을 내곤 했으며, 저 역시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곤 했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네요. 지금 이 상황에 딱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가감 없이 노래 가사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글이 독자님의 일상에 의미 있게 읽힌다면, 저 역시 생사를 다투는 힘든 근무 하에서도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127

RN Hyun



간호사 안 했으면 뭐 했을 거냐는 질문에 제가 한 답변인데,

아마도 글쓰기 자체가 제 천성이었나 봅니다, 하하.


EDIT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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